박스에 담겨 온 옷들이 왜 전부 다 작아 보이는 걸까

박스에 담겨 온 옷들이 왜 전부 다 작아 보이는 걸까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본 택배 상자

며칠 전부터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옷들을 드디어 주문했다. 날씨가 부쩍 변덕스러워지기도 했고, 딱히 입고 나갈 옷이 없다는 핑계로 몇 군데 여성 쇼핑몰을 기웃거렸다. 요즘은 스타일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으면서도 막상 고르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 이번에는 후기가 꽤 많았던 ‘메이비베이직’이라는 곳에서 이것저것 섞어서 5벌 정도를 결제했다. 총비용은 대략 18만 원 정도 나왔는데, 솔직히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 가늠도 안 된다. 그냥 예전보다 확실히 옷값이 많이 올랐다는 생각만 든다.

모델 핏은 온데간데없는 거울 속의 나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신나서 뜯어봤는데, 첫인상이 뭔가 좀 묘했다. 상세 페이지에서 봤을 때는 분명히 넉넉한 핏이었는데, 실제로 꺼내 보니 내 눈에는 왜 이렇게 다 작아 보이는지 모르겠다. 모델들이 입었을 때는 소매가 손등을 덮고 전체적으로 여유가 넘쳐 보이던데, 내가 입으면 그냥 딱 맞는 셔츠가 된다. 예전에 자주 시키던 곳은 사이즈 표기가 좀 정직했는데, 요즘은 다들 ‘프리사이즈’라고 해놓고 막상 받아보면 55나 66 초반 사이즈에 맞춘 것들이 많다. 77사이즈를 입는 내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정말 좁다. 그냥 좀 더 큰 사이즈를 고르고 싶어도 그 선택지 자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며칠 지나고 나니 애매해진 옷들

입어보고 나서 바로 반품할까 싶었지만, 그 과정이 너무 귀찮아서 그냥 두기로 했다. 택배 박스 다시 테이핑하고 편의점까지 들고 가는 그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그냥 내가 좀 참는 게 낫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사실 좀 불편해도 집 앞 마실 나갈 때나 그냥 편하게 입을 용도로 산 거니까 괜찮겠지 싶었는데, 막상 거울을 보니 어깨선이 미묘하게 위로 올라와 있어서 영 불편하다. 하루 종일 신경 쓰일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입어보고 살 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또 막상 나가서 이것저것 입어보는 것도 사람 기를 빨아먹는 일이다.

고민만 하다가 또 다른 쇼핑몰을 구경한다

오늘도 또 습관처럼 폰을 켜고 쇼핑몰들을 둘러보고 있다. 방금 산 옷들도 아직 제대로 입고 나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음 목록을 고민하는 내 모습이 참 웃기다. 캐주얼룩이라고 해서 샀는데, 정작 핏이 마음에 안 드니 자꾸 다른 대안을 찾게 된다. ‘다음에는 좀 더 후기를 꼼꼼히 봐야지’라고 다짐하지만, 사실 후기 속 사진들도 다들 필터 가득 먹인 것들이라 실제랑은 거리가 멀다. 그냥 매번 반복되는 실수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결국은 오늘도 제자리에 머무는 스타일

결국 이번에 산 옷 중에서 바지 하나만 건졌다. 상의들은 아무래도 내가 원하는 느낌이 안 난다. 옷장 한구석에 그냥 방치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나중에 기분 전환 겸 동네 친구라도 만나면 그냥 선물이나 해버릴까 싶다. 처음에는 예쁜 옷 입고 어디라도 나가고 싶었는데, 막상 옷이 오고 나니 나갈 곳도 별로 없는 것 같고 마음이 좀 헛헛하다. 옷을 사는 게 진짜 필요한 옷을 사는 건지, 아니면 그냥 잠깐의 해소감을 얻으려고 주문하는 건지 가끔은 나 스스로도 헷갈린다. 아마 내일쯤이면 또 다른 쇼핑몰 앱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보며 ‘이건 좀 다르겠지’하고 결제 버튼을 누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