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맘 먹고 산 더블 라이더 자켓이 옷장에서 짐이 되기까지

큰맘 먹고 산 더블 라이더 자켓이 옷장에서 짐이 되기까지

어쩌다 꽂힌 묵직한 가죽의 무게

사실 가죽 자켓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건 꽤 오래전부터였는데, 왜인지 매번 쇼핑몰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결제는 미루게 되었다. 그러다 작년 가을쯤, 성수동에 있는 빈티지 샵을 돌다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 더블 라이더 자켓을 하나 발견했다. 디자인은 딱 클래식한 느낌이었는데 가죽이 꽤 두툼하고 묵직했다. 가격은 대략 40만 원대 중반이었나, 당시 내 기준으로는 꽤 큰 지출이었지만 ‘가죽은 한 번 사면 평생 입는다’는 뻔한 자기합리화에 넘어가 덜컥 구매했다. 집에 가져와서 입어보니 확실히 분위기는 살더라. 그런데 문제는 무게였다. 이게 생각보다 너무 무거워서 하루 종일 입고 다니면 어깨에 담이 올 지경이었다.

집 안에서만 입어보는 이상한 루틴

구매하고 첫 주에는 신나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챙겨 입었다. 그런데 웃긴 건 외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꾸만 자켓을 벗게 된다는 거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 등받이에 가죽이 닿는 느낌이 신경 쓰이고, 지하철이라도 타면 덥고 답답해서 옆자리에 가죽 자켓을 구겨 넣는 게 일상이었다. 결국 카페나 식당에 들어가면 자켓을 벗어 의자 뒤에 걸쳐두는 시간이 옷을 입고 있는 시간보다 길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오늘 외출은 좀 짧으니까 그냥 가벼운 코트 입자’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시작했다. 거울 앞에서 옷을 고르다가도 왠지 모를 압박감에 결국 더블 라이더는 옷장 깊숙한 곳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관리라는 이름의 귀찮은 숙제

가죽은 관리가 필수라는 말에 처음에는 전용 에센스도 사고 나름 정성을 들였다. 그런데 비 오는 날은 절대 입으면 안 된다, 습기 찬 곳에 두면 곰팡이 핀다, 너무 건조하면 갈라진다 같은 정보들이 쏟아지니 오히려 옷을 모시고 사는 기분이 들었다. 가끔 생각나서 꺼내 보면 왠지 꿉꿉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어깨 부분에 옷걸이 자국이 남았나 싶어 다시 옷걸이를 바꾸는 등 유난을 떨게 된다. 이게 입으려고 산 옷인지, 아니면 나만의 박물관 전시품을 관리하는 건지 헷갈리는 지점에 도달했다. 차라리 10만 원대 초반의 합성 피혁 자켓을 샀더라면 막 입고 버렸을 텐데 싶기도 하다.

스타일링의 한계와 거리두기

처음에는 톰 하디가 입었던 무스탕이나 라이더 자켓 스타일을 참고해서 이것저것 매치해 보려 했다. 청바지에 흰 티만 입어도 간지가 날 줄 알았는데, 막상 입어보면 그냥 동네 가죽 잠바 걸친 사람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게다가 더블 라이더 특유의 넓은 카라가 내 얼굴형이랑은 묘하게 안 어울린다는 사실을 입어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백화점이나 편집샵에서 볼 때는 예뻐 보이던 디테일들이 일상복으로 조합하기에는 생각보다 난도가 높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내가 스타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켓이 나를 압도한다는 느낌을 받은 뒤로는 손이 잘 안 가게 되었다.

지금 이 자켓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국 지금 내 옷장에는 꽤 비싼 값을 치른 더블 라이더 자켓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걸려 있다. 당근마켓에 팔까 싶어 사진도 찍어봤는데, 막상 올리려니 마음이 헛헛해져서 다시 임시 저장만 해두었다.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다시 입기에는 불편함이 너무 크게 기억된다. 가죽이 길들여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그 시간 동안 내가 이 옷을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마 올겨울에도 몇 번 꺼내 입어보다가 다시 옷장 행이 되겠지. 가죽 자켓 하나 샀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애물단지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다음에 또 가죽을 살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디자인보다 무게와 활동성을 훨씬 중요하게 볼 것 같다.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