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장 입구에서 느꼈던 묘한 긴장감
오랜만에 가죽 자켓 하나 장만해볼까 싶어 느와르라르메스 매장을 찾았다. 사실 가죽은 한 번 사면 꽤 오래 입는 옷이라 인터넷으로 사진만 보는 것보다는 직접 가서 만져보고 입어봐야 마음이 놓인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의 그 특유의 무거운 공기랄까. 조명 아래 걸려있는 자켓들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평소에 입던 가벼운 바람막이들이랑은 확실히 존재감이 달랐다. 예전에는 그냥 멋있어 보이면 다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입었을 때 어깨가 너무 무겁지는 않은지, 움직일 때 등판이 뻣뻣하지는 않은지부터 확인하게 된다. 직원분은 친절했지만 나는 괜히 혼자 꼼꼼하게 살피느라 겉돌았던 것 같다.
말가죽 특유의 질감과 무게
매장에 걸려있던 말가죽 자켓 몇 벌을 만져봤는데, 소가죽이랑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좀 더 촘촘하다고 해야 하나, 만졌을 때 느껴지는 단단함이 확실히 다르더라. 가격대는 보통 80만 원에서 100만 원 초반대였는데, 선뜻 결제하기에는 결코 가벼운 금액이 아니다 보니 더 신중해졌다. 거울 앞에 서서 지퍼를 끝까지 올려보고, 팔을 앞으로 쭉 뻗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게, 가죽이 빳빳해서 그런지 팔을 움직일 때마다 ‘슥슥’ 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옆에 있던 다른 손님은 르메르 느낌의 디자인을 찾던데, 나는 바이크 자켓 스타일이 좀 더 눈에 들어왔다. 다만, 이게 막상 사서 일상복으로 입으면 너무 과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프레디 머큐리 같을까 봐 고민되는 마음
문득 예전에 어디선가 가죽 잠바를 입고 프레디 머큐리를 따라 하려다가 실패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났다. 나도 거울을 보면서 괜히 폼을 잡아봤는데, 이게 멋있는 건지 아니면 어디 무대 올라가기 전의 송대관 선생님 같은 느낌인 건지 스스로도 확신이 안 서더라. 30분 정도 매장을 서성이다가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나왔다. 퀄팅 자켓도 예쁘긴 했는데, 막상 입고 나가서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가죽은 에이징이 되는 맛에 입는다고 하지만, 그 과정까지 내가 성실하게 관리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다시 느끼는 현실적인 감각
매장을 나서서 압구정 근처를 걷는데 초여름 날씨라 그런지 꽤 더웠다. 가죽 자켓을 입어볼 때는 몰랐는데,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온몸에 땀이 맺히는 것 같아 묘하게 안도감이 들었다. 황인욱 같은 사람들은 젠슨 황처럼 가죽 자켓을 늘 즐겨 입는다고 하던데, 사실 매일 입기에는 좀 불편한 옷이 아닐까. 50~60m를 끌려가도 목만 남는다는 옛날 연예인 인터뷰가 갑자기 떠올라서 괜히 혼자 웃었다. 오늘 결정을 못 내린 게 잘한 건지, 아니면 그냥 고민만 하다가 시간 낭비한 건지 잘 모르겠다. 날씨가 조금 더 쌀쌀해지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든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