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깨 때문에 옷 고르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거울 앞에 서면 항상 어깨가 문제다. 남들은 예쁜 핏이 나온다는 옷도 내가 입으면 어딘가 부해보이거나 옷이 꽉 끼는 느낌이 든다. 특히 봄이 되면 예쁜 리본 블라우스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게 참 입기 어렵다. 어깨 라인이 딱 잡힌 디자인은 피해야 하고, 그렇다고 너무 오버핏으로 가면 오히려 더 덩치가 커 보이는 딜레마랄까. 30대가 되고 나서는 소재도 보게 되니까 더 까다로워진다. 얼마 전에는 인스타그램 광고에서 올리비에스클로젯 스타일의 옷들을 계속 구경했는데, 사실 화면으로 볼 때랑 직접 받아봤을 때의 그 미묘한 차이 때문에 매번 망설인다.
5만원대 블라우스 하나에 담긴 고민
결국 고민 끝에 5만원대 후반의 블라우스 하나를 질렀다. 쇼핑몰 사진에서는 여리여리해 보이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이 컸다. 배송은 생각보다 빨랐다. 이틀 만에 도착했으니 요즘 배송 시스템은 정말 놀랍다. 택배 봉투를 뜯고 처음 옷을 꺼냈을 때의 그 서늘한 기분이란. 화면에서 보던 그 하늘하늘한 느낌이 아니라 생각보다 빳빳한 폴리 재질이었다. 사실 가격대가 높지 않으니 엄청난 고급 소재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막상 입어보니 어깨 셔링이 너무 과하게 잡혀 있어서 마치 80년대 웨딩드레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걸 입고 출근할 수 있을까 싶어 거실 거울 앞에서 몇 번을 요리조리 돌려봤다. 어깨 넓은 여자 코디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주말에 백화점을 가봐도 답은 똑같더라
인터넷 쇼핑에 지쳐서 주말에 남양주 쪽에 새로 생겼다는 대형 매장들을 구경하러 나갔다. 무신사 스탠다드 같은 곳들도 가보고, 가족 단위로 많이들 오는 쇼핑몰이라 그런지 사람도 정말 많았다. 사실 매장에 직접 가서 입어보는 게 제일 정확하긴 한데, 막상 가서 입어봐도 내 체형에 딱 맞는 걸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기본템들은 괜찮은데 조금이라도 디테일이 들어간 옷은 내 몸이랑 따로 노는 기분. 매장에서 1시간 넘게 옷을 입어보고 벗어보고 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드는 허탈함이란. 예전에는 옷 한 벌 사는 게 이렇게 큰 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이렇게 하나하나가 숙제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옷장 정리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갔다
집에 돌아와서는 결국 사두고 한 번도 안 입은 옷들을 정리했다. 작년에 샀던 보트넥 티셔츠는 목선이 예뻐서 샀는데, 막상 입으면 어깨 끝단이 자꾸 올라가서 불편해서 잘 안 입게 된다. 가격은 3만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옷장 속에 처박아두고 보니 돈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왜 나는 예쁜 옷을 편하게 입지 못할까 하는 생각만 든다. 어깨 넓은 체형을 커버해보겠다고 산 핸드백도 어깨에 메면 자꾸 흘러내려서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있다. 잡화들은 더 고르기가 어렵다. 어깨가 좁아 보이려면 가방끈 길이나 위치도 중요하다는데, 매번 그걸 다 따져가며 쇼핑할 순 없지 않은가.
결국 다시 쇼핑몰 앱을 켠다
지금도 거실 한구석에 며칠 전 산 리본 블라우스가 놓여 있다. 반품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놔두고 있는데, 막상 또 날씨가 따뜻해지면 한 번쯤은 입고 나갈 것 같기도 하고. 아침마다 옷장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결국 만만한 기본 셔츠나 입고 나가는 내 모습이 상상된다. 그래도 또 예쁜 봄옷들이 올라오면 구경하러 들어가겠지. 사실 답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내 체형에 맞는 옷을 찾는 건 끝없는 실험 같은 거 아닐까. 오늘도 쇼핑몰 앱 알림이 울린다. 저 옷은 어깨가 어떻게 되어 있으려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또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