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용 바람막이를 사겠다고 몇 시간을 헤맸는지 모르겠다

여름용 바람막이를 사겠다고 몇 시간을 헤맸는지 모르겠다

백화점 에어컨 바람 때문에 시작된 고민

지하철역이나 사무실에만 들어가면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서 콧물이 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래서 여름용 바람막이를 하나 사야겠다고 결심한 게 벌써 지난주 일이다. ‘여름에 무슨 겉옷이냐’ 하겠지만, 밖은 30도가 넘는데 실내는 냉동실 수준이니 어쩔 수가 없다. 처음에는 그냥 인터넷 쇼핑몰에서 3만 원대 정도 하는 얇은 윈드브레이커를 보다가, 이게 자외선 차단 기능이 얼마나 될지 싶어서 결국 직접 매장을 돌아보기로 했다. 알래스카 브랜드 매장에 들어갔을 때, 7월 31일까지 하는 여름 프로모션 때문에 꽤 괜찮은 가격대의 제품들이 많았다. 초경량 쇼츠나 냉감 우븐 티셔츠 같은 것들이 주력이었는데, 내 눈에는 오직 얇은 바람막이만 보였다.

비슷비슷한 옷들 사이에서 겪은 당혹감

매장에서 입어본 아노락 형태의 경량 바람막이는 확실히 가볍긴 했다. 그런데 이게 문제다. 어떤 건 너무 비닐 같아서 입으면 땀이 바로 찰 것 같고, 어떤 건 너무 두꺼워서 가방에 넣으면 짐이 된다. 직원분은 통풍이 잘 된다고 하는데, 솔직히 에어컨 바람 막으려고 입는 옷이 땀을 배출하는 능력이 얼마나 좋을지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빅사이즈로 나온 건 디자인이 너무 투박하고, 몸에 딱 맞는 건 팔을 들 때마다 어깨가 찡겼다. 사실 작년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안 샀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인터넷에서 대충 시켰다가 반품비만 날렸던 기억 때문에 이번엔 입어보고 사려고 애를 썼다.

생각보다 관리가 까다로운 기능성 소재

점원분이 건조기 사용은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냉감 입자가 붙어 있는 소재라 높은 열을 받으면 기능이 싹 죽어버린다고 했다. 아니, 여름에 땀 흘리고 빨면 당연히 건조기를 돌리고 싶지 않나.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서 자연 건조하라는데, 요즘 같은 장마철에 그늘에서 옷이 제대로 마르긴 할까 싶었다. 기능은 좋겠지만 관리하다가 지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예전에 산 스포츠 브랜드 바람막이도 건조기 한 번 돌렸다가 쭈글쭈글해져서 버린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 사면 또 똑같은 짓을 반복할까 봐 망설여졌다.

가방에 넣으면 짐이 되는 이 애매한 부피감

결국 8만 원 정도 하는 가격대에서 타협을 하고 하나를 집어 들었는데, 막상 결제하고 나오니 이게 정말 필요한 건지 확신이 안 섰다. 매장에서 나올 땐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는데, 집에 와서 가방에 넣어보니 생각보다 부피가 크다. 에코백에 넣으면 공간을 절반은 차지한다. 예전 여행기에서 봤던 것처럼 소백산 등산할 때 입는 그런 용도라면 이해하겠는데, 출퇴근 길에 매일 들고 다니기엔 좀 번거로운 아이템이 아닐까 싶었다. 밖은 덥고 안은 추운 이놈의 여름 날씨 때문에 옷 한 벌 고르는 것도 이렇게 스트레스일 일인가.

사놓고도 여전히 남아있는 의구심

옷장에 걸어놓고 보니 묘하게 허탈하다. 이걸 사면 올여름 내내 지하철에서 덜덜 떨 일은 없겠지만, 괜히 짐만 하나 늘린 것 같기도 하고. 냉감 기능이라는 것도 사실 매장에서 잠깐 입어볼 때는 시원했는데, 막상 습한 날 밖에 나가서 입으면 끈적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가격은 8만 원 언저리였는데, 이 돈이면 그냥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게 낫지 않았을까? 지금 당장은 만족하는데, 며칠 뒤에 세탁 한 번 잘못해서 기능 다 죽으면 아마 후회할 것 같다. 그래도 일단은 내일 아침에 출근할 때 입어봐야지. 안 입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지만, 아직은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