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둥근코 구두를 샀는데 출근길이 고통이 된 이유

예쁜 둥근코 구두를 샀는데 출근길이 고통이 된 이유

인터넷 쇼핑몰 사진에 속았던 날

얼마 전 인스타그램 광고에 뜬 둥근코 구두를 보고 홀린 듯이 결제했다. 사진 속 모델이 신고 있던 그 모양이 너무 정갈하고 예뻐 보였다. 가격은 대략 8만 원대였는데, 양가죽 소재라고 적혀 있어서 이 정도면 데일리로 신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출근할 때 5cm 정도 굽을 선호하는데, 이번에 산 건 딱 그 높이였다. 예전에는 7cm 이상도 거뜬했는데 나이가 드니 이제는 5cm가 마지노선이다.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의 그 설렘이란. 가죽 냄새가 약간 코를 찔렀지만, 새 신발이라 그러려니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 구두 때문에 일주일 내내 고생할 줄은 몰랐다.

집 안에서만 신어보고 결정했던 실수

도착하자마자 집 거실에서 한 번 신어봤다. 쿠션감이 생각보다 좋아서 ‘오, 이번엔 성공인가?’ 싶었다. 거실 바닥을 몇 번 왔다 갔다 해봤는데 발가락 부분이 둥근코라 그런지 끼는 느낌도 없었다. 로저비비 같은 비싼 브랜드는 아니지만, 모양새는 꽤 고급스럽게 빠졌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보세 쇼핑몰도 퀄리티가 좋으니까 하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토오픈 구두는 발가락이 튀어나와서 불편할 때가 많은데, 이건 꽉 막힌 디자인이라 안정감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역시 실내에서의 짧은 시착은 사기나 다름없었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의 참사

다음 날 아침, 당당하게 새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딱 지하철역까지 10분 걷는 동안 발뒤꿈치가 미친 듯이 까이기 시작했다. 분명 집에서는 괜찮았는데, 왜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렇게 변하는 걸까. 양가죽이라고 해서 말랑말랑할 줄 알았는데, 뒤축이 생각보다 너무 빳빳했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에 치이면서 발이 더 붓기 시작하니까 구두가 마치 족쇄처럼 느껴졌다. 예전에 샀던 만 원짜리 구두도 하루는 참았는데, 이건 10분 만에 항복하고 싶어졌다. 옆에 서 있는 사람은 편안해 보이는 단화를 신고 있는데 어찌나 부럽던지.

굽 높이와 착화감의 미묘한 괴리

회사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구두를 벗어 던졌다. 5cm 굽이 사실 그리 높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피로감이 큰 건지 모르겠다. 점심시간에 근처 백화점에 들러서 비싼 수제화 매장들을 구경했다. 역시 비싼 건 가죽이 다르긴 하더라. 하지만 막상 사려니 또 고민이 된다. 며칠 전 실패한 기억 때문에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직원분이 추천해준 구두를 슬쩍 신어봤는데, 확실히 내가 산 8만 원짜리랑은 무게감부터 달랐다. 그렇다고 당장 30만 원을 넘게 주고 구두를 사기엔 아직 내 마음이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결국은 밴드를 덕지덕지 붙이고

결국 퇴근길에는 약국에 들러서 대형 밴드를 샀다. 발뒤꿈치에 밴드를 두 개나 붙이고 다시 구두를 신었는데, 여전히 삐걱거린다. 길을 가다가 멈춰 서서 구두 뒤축을 손가락으로 계속 눌러봤다. 좀 부드러워지라고 그러는 건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여성 빅사이즈 신발’ 전문 매장이나 발 편한 수제화 사이트를 좀 더 찾아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내일도 이 구두를 신고 출근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다른 신발을 꺼내 신을까 고민하다가도, 그래도 좀 더 길들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아마 내일도 밴드 투혼을 발휘하며 지하철을 타러 나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