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제작이라는 말만 믿고 산 옷이 첫날부터 튿어졌다

자체제작이라는 말만 믿고 산 옷이 첫날부터 튿어졌다

인스타그램 광고에 계속 떠서 결국 들어가 본 유명 쇼핑몰

출퇴근하는 지하철 2호선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다 보면 온갖 광고가 뜬다. 특히 요새는 체형 커버나 자체제작을 강조하는 여성복 쇼핑몰들이 피드에 자주 보였다. 그중에서도 유독 자주 노출되던 ‘아뜨랑스’라는 쇼핑몰이 있었다. 원래 인터넷으로 옷을 잘 사지 않는 편인데, 모델이 입은 핏이 너무 자연스럽고 편해 보여서 홀린 듯이 터치해 들어갔다. 쇼핑몰 앱을 따로 깔기는 귀찮아서 그냥 네이버 로그인으로 대강 둘러봤다. 독특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디자인이 많아서 흔히 말하는 유니크한 쇼핑몰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평소에 자전거를 자주 타는 편이라 활동성이 좋으면서도 출근할 때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옷이 필요했다. 마침 눈에 들어오는 슬랙스와 셔츠 세트가 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뱃살을 가려준다는 후기만 믿고 결제한 7만 원대 세트

상세 페이지에는 ‘뱃살 커버 코디’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아랫배 쪽이 유독 신경 쓰이던 터라 그 문구에 마음이 훅 기울었다. 후기들을 보니 골반 라인은 살려주면서 배 부분은 감쪽같이 가려준다는 찬사가 가득했다. 셔츠와 바지를 합쳐서 배송비까지 대략 78,000원 정도 나왔다. 티셔츠 한 장에 몇만 원씩 하는 브랜드 옷들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길거리 보세 옷가게나 지그재그에서 대충 고르는 옷들에 비하면 나름대로 지출을 한 셈이었다. 결제를 마치고 나니 바로 배송이 시작될 줄 알았다. 자체제작 상품이라 퀄리티가 다르다는 설명이 있어서 은근히 기대가 컸다.

자체제작이라는 설명과 달리 12일이나 걸려서 도착한 택배

하지만 결제하고 사흘이 지나도 배송 준비 중이라는 상태만 계속 떴다. 고객센터에 문의 글을 남기려다 귀찮아서 그냥 기다렸는데, 결국 택배를 받아보기까지 정확히 12일이 걸렸다. 요즘 같은 시대에 보름 가까이 기다려서 옷을 받아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주문이 폭주해서 늦어졌다는 형식적인 문자가 중간에 한 통 오긴 했지만, 기다리는 동안 슬슬 짜증이 났다. 자체제작이라 물량을 미리 확보해두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공장에서 떼어오는 방식인 건지 의심이 들었다. 마침내 도착한 회색 택배 봉투를 뜯었을 때, 특유의 새 옷 냄새와 석유 냄새가 섞여서 코를 찔렀다. 섬유유연제를 넣고 바로 세탁기부터 돌려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기존에 입던 저가 보급형 의류와 비교해보니 느껴진 미묘한 차이

빨래를 마치고 건조대에서 말린 뒤 드디어 옷을 입어보았다. 평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1~2만 원대에 사 입던 비슷한 디자인의 슬랙스와 비교해 보았다. 확실히 마감 처리는 실밥이 덜덜 튀어나온 저가형 옷보다는 깔끔한 편이었다. 주머니 안감도 튼튼하게 덧대어져 있었고 지퍼도 부드럽게 내려갔다. 하지만 기대했던 뱃살 커버 효과는 생각보다 극적이지 않았다. 모델 핏은 모델 몸매 덕분이었는지, 내가 입으니 그냥 배가 조금 덜 도드라져 보이는 평범한 핏이었다. 원단도 두께감이 애매해서 봄가을용이라기엔 얇고, 여름에 입기엔 다소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자체제작 쇼핑몰이라고 해서 일반 보세 옷과 완전히 다를 거라고 기대했던 내 잘못인가 싶었다.

입고 나갔다가 자전거 안장에 쓸려 실밥이 풀려버린 첫날의 기억

그래도 산 게 아까워서 주말에 따릉이를 타고 동네 공원에 갈 때 입고 나갔다. 자전거룩으로 입기에도 통이 넓어서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한 시간쯤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 보니 바지 안쪽 가랑이 부분이 안장에 쓸려 잔뜩 보풀이 일어나 있었다. 심지어 오른쪽 허벅지 옆선 실밥이 살짝 터져서 하얀 속살이 보일 뻔했다. 격렬하게 탄 것도 아니고 동네 마실 가듯 천천히 굴렸을 뿐인데 첫날부터 이렇게 되니 허탈했다. 아무리 자전거 전용 의류가 아니라고 해도, 일상복으로 입는 바지가 이렇게 쉽게 쓸리고 튿어질 줄은 몰랐다. 집에 돌아와서 실과 바늘을 꺼내 엉성하게 꿰매면서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싸게 주고 산 옷을 장롱에 넣어두고 느끼는 찝찝함

그날 이후로 그 바지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수선한 부위가 혹시나 또 터질까 봐 불안하기도 하고, 입었을 때 기대했던 날씬한 핏이 나오지 않으니 거울을 볼 때마다 미련이 남는다. 그렇다고 산 지 얼마 안 된 옷을 버릴 수도 없어서 옷장 한구석에 그냥 걸어두었다. 쇼핑몰 사이트에는 여전히 수많은 구매자가 인생 바지라며 극찬하는 후기를 올리고 있었다. 내가 뽑기를 잘못한 건지, 아니면 다들 대충 만족하며 입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인터넷에서 옷을 살 때는 역시 남들의 호들갑스러운 후기나 자체제작이라는 광고 문구를 너무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다음부터는 그냥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입어보고 사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아마 시간이 지나면 또 스마트폰을 뒤적거리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