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입으려고 산 얇은 자켓이 짐만 된 사연

여름에 입으려고 산 얇은 자켓이 짐만 된 사연

실내 에어컨 바람 때문에 고민하다가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 더운 것 같아서 밖을 나갈 때마다 뭘 걸쳐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지하철이나 카페를 가면 에어컨 때문에 으슬으슬한데, 또 막상 밖에 나가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지니까 도저히 긴팔을 입을 엄두가 안 나는 거다. 그래서 지난달쯤 온라인 쇼핑몰을 한참 뒤지다가 3만 9천 원 정도 하는 ‘여름용 7부 자켓’을 하나 샀다. 상세 페이지에서는 모델이 아주 가벼운 재질이라며 통기성이 좋다고 강조하길래, 이거면 딱이겠다 싶어서 고민도 없이 결제했다. 여름망사가디건을 살까 하다가 그래도 자켓 형식이 좀 더 격식 있어 보일 것 같다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있었다.

택배를 뜯고 마주한 당황스러운 소재감

며칠 뒤 택배가 도착해서 바로 뜯어봤는데, 생각보다 소재가 너무 뻣뻣했다. 화면으로 볼 때는 흐르듯 떨어지는 린넨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만져보니 무슨 낚싯줄을 촘촘하게 엮어놓은 것 같은 질감이었다. 입어보니 어깨 핏은 적당했는데 소매 길이가 참 애매했다. 7부라고 해서 샀는데 막상 팔을 움직이면 자꾸 팔꿈치 위로 말려 올라가서 모양새가 영 어정쩡했다. 특히나 한낮에 이 옷을 입고 강남역 근처를 돌아다녔는데, 소재 자체가 바람이 잘 통한다는 광고와 다르게 피부에 닿는 면이 너무 까끌거려서 피부가 다 따가웠다. 오히려 땀이 나니까 옷감이 몸에 달라붙어서 떼어내기가 더 힘들더라.

밖에서는 짐이고 안에서는 덥고

결국 이 옷은 내 여름 외출의 주범이 되었다. 출근할 때는 챙겨 나가지만, 퇴근길에는 더위 때문에 가방에 구겨 넣기 일쑤다. 문제는 이 옷이 구김이 엄청 잘 가는 재질이라는 거다. 한 번 가방에 넣었다 빼면 무슨 걸레처럼 구겨져 있어서 다시 입기가 민망할 정도다. 세탁소에 맡겨서 다려볼까도 싶었는데, 고작 4만 원짜리 옷에 돈을 들이는 게 맞는 건지 싶어서 그냥 옷걸이에 걸어두기만 하고 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좀 더 부드러운 소재의 여성 롱 가디건을 살걸 그랬나 하는 후회만 남는다. 옆 동네 친구는 1만 6천 원짜리 저렴한 매쉬 바람막이를 샀는데, 차라리 그게 운동할 때나 막 입기에는 훨씬 낫다고 하더라. 내가 산 자켓은 뭔가 꾸미고 나가야 할 때 입으려고 산 거였는데, 오히려 이 옷 때문에 전체적인 코디가 엉망이 되는 기분이다.

남겨진 불확실함과 옷장 속의 먼지

이제는 이 자켓을 보면 괜히 심술이 난다. 차라리 여름 숏 자켓 말고 그냥 반팔 트위드 스타일로 샀더라면 좀 더 단정한 맛이라도 있었을까? 아침마다 옷장을 열 때마다 이 자켓을 꺼낼지 말지 고민하는데, 결국 오늘도 그냥 얇은 셔츠 하나 달랑 입고 나왔다. 그러고는 또 지하철 안에서 추위에 떨면서 ‘아까 그 자켓을 챙겨올 걸 그랬나’ 싶어 잠시 후회했다. 정말이지 여름철 실내외 온도차를 극복하는 건 나한테는 불가능한 숙제 같다. 다음에 또 이런 애매한 옷을 보면 일단 멈춰야지 다짐하지만, 막상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간절기가 오면 또 온라인 쇼핑몰을 뒤지고 있을 것만 같다. 옷이라는 게 참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그냥 지금은 옷장 구석에 잘 걸어두었는데, 이게 다시 빛을 볼 날이 올지 모르겠다. 당분간은 그냥 가방에 가벼운 스카프 하나 넣어 다니는 게 제일 속 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