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에 넣어둔 시계를 꺼내 팔기로 마음먹었던 날

서랍 속에 넣어둔 시계를 꺼내 팔기로 마음먹었던 날

서랍 구석에서 나온 익스플로러와 묘한 기분

한참 동안 서랍 구석에 방치해뒀던 롤렉스 익스플로러1을 꺼내 닦아보았다. 산 지 꽤 되었는데, 솔직히 요즘은 핸드폰 시계 보는 게 습관이 되어서 손목에 뭘 차는 게 조금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게 처음 샀을 때는 그 특유의 무게감이 좋았는데 말이다. 문득 중고 시장에 내놓으면 얼마 정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요즘은 중고 명품 시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도 들리고, 금값이 올라서 시계 케이스를 녹인다는 뉴스까지 봤던 터라 마음이 복잡했다. 롯데백화점 같은 데서 정식으로 운영하는 중고 명품 코너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런 곳은 수수료를 얼마나 뗄지 가늠이 안 가서 일단은 개인 거래 플랫폼 위주로 눈팅만 했다.

서울의 여러 중고 매장을 기웃거리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압구정이나 강남 근처의 몇몇 중고 명품 매장을 둘러봤다. 확실히 발품을 파니까 온라인으로 보는 거랑은 느낌이 달랐다. 어떤 가게는 입구부터 꽤 위압적이라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망설여지기도 했다. 거기서 까르띠에 여성 시계랑 루이비통 가방들이 진열된 걸 봤는데, 그냥 구경만 하러 온 척하기가 좀 민망해서 금방 나왔다. 매입가를 물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낮게 불러서 당황했다. 300만 원대 후반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200만 원 중후반대를 이야기하더라. 수수료인지 감가상각인지 모를 설명들을 듣고 있자니 그냥 집에 가져와서 다시 차는 게 나은가 싶었다.

개인 거래가 생각보다 귀찮은 이유

결국 개인 거래 플랫폼에 올려볼까 싶어 사진을 찍었다. 데이저스트 36 같은 모델들이 올라오는 속도를 보며 내 것도 올릴까 말까 고민만 수십 번 했다. 이게 한두 푼 하는 물건도 아닌데, 모르는 사람 만나서 돈을 건네받고 시계를 건네주는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롭게 느껴졌다. 예전에 동묘 구제시장에서 빈티지 시계를 구경할 때는 그냥 구경이니까 재미있었지, 내가 파는 입장이 되니 마음이 완전히 다르다. 연락 오면 어디서 만나야 할지, 카페에서 만나는 게 안전할지, 위조품 아니냐고 트집 잡지는 않을지 별별 걱정이 다 들었다.

과학적 검증이라는 것의 무게

요즘은 XRF 장비 같은 걸로 금속 합금 성분을 분석해서 진위 여부를 따진다고 한다. 내가 매장에서 시계를 팔려고 했을 때 직원이 내 시계를 보며 했던 말이 생각난다. 보증서가 있어도 시계 자체의 미세한 스크래치나 상태에 따라 가격이 확 깎인다는 사실이 좀 씁쓸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시계겠지만, 시장에서는 그저 수많은 매물 중 하나일 뿐이니까. 백화점 정식 매장에서 구매한 기록이 있으면 나중에 팔 때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버린 내 시계는 그 혜택에서도 좀 멀어진 느낌이다.

여전히 결론 나지 않은 정리의 고민

결국 어제도 시계를 다시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 파는 게 맞는지, 아니면 그냥 계속 가지고 있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가격이 더 떨어질까 봐 무섭기도 한데, 막상 헐값에 넘기자니 억울한 마음이 앞선다. 새벽 2시까지 운영한다는 동대문 새빛시장처럼 북적이는 곳에 나가서 시계를 팔아치우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하다. 다들 시계를 팔고 나서 후련해하는지, 아니면 나처럼 서랍을 열 때마다 미련을 갖는지 궁금해진다. 지금 당장 팔지 않아도 당장 생활이 어려워지는 건 아니니까, 그냥 조금 더 가지고 있어 보려고 한다. 이 결정을 내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게 내 마음이 편한 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