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화면 속 모델은 날씬했는데 막상 입어보니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분명 화면 속 모델은 날씬했는데 막상 입어보니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모니터 너머의 핏과 실제 내 몸 사이의 거리

월요일 아침마다 옷장 앞에서 서성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다.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대충 집히는 대로 걸쳐도 적당히 봐줄 만했던 것 같은데, 30대가 되고 나서부터는 옷 하나 고르는 게 왜 이렇게 숙제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다가 홀린 듯이 들어간 쇼핑몰에서 꽤 괜찮아 보이는 세미 정장 세트를 발견했다. 10만 원 초반대였는데, 모델이 입었을 때는 적당히 툭 떨어지는 핏이 딱 내가 찾던 그런 느낌이었다. 요즘은 다들 러닝코어다 뭐다 해서 운동복 같은 옷들을 출근룩으로도 많이 입는다지만, 우리 팀 분위기는 아직까진 셔츠나 슬랙스가 아니면 조금 눈치가 보이는 그런 곳이라서 고민 끝에 결제를 했다.

택배 상자를 뜯을 때의 설렘과 그 짧았던 시간

택배가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저녁을 먹고 바로 뜯어봤는데, 옷감 느낌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입어보니 문제가 생겼다. 화면 속 모델은 분명 165cm에 마른 체형이었고, 나는 160cm 정도 되는 평범한 체형인데 소매 길이랑 바지 통이 왜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특히 바지는 엉덩이 쪽이 생각보다 너무 타이트해서 의자에 앉으면 단추가 튕겨 나갈 것만 같았다. 분명 상세 페이지에 나와 있는 실측 사이즈를 보고 샀는데, 직접 입어보는 것과 수치로 보는 건 정말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퇴근 후에 헬스장을 가는 날에는 이 옷을 입고 갈 엄두도 못 낼 것 같다.

굳이 반품하지 않고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

반품 신청을 하려고 고객센터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왠지 또 택배 상자에 넣고 테이프를 붙이고 기사님을 기다리는 그 과정이 너무 귀찮게 느껴졌다. 결국 그냥 입기로 했다. 대신 단점을 가리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썼는데, 엉덩이를 가릴 수 있는 긴 기장의 재킷을 같이 입거나 아니면 아예 밑단만 살짝 수선해서 입어볼까 생각 중이다. 수선비가 한 1만 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 추가로 들겠지만, 새로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자기 위안을 삼는다. 예전에는 핏이 안 맞으면 바로 당근마켓에 올리거나 반품했었는데, 요즘은 귀찮음이 체력을 앞서는 것 같다.

사무실 옷장의 현실과 앞으로의 쇼핑 방향

어제는 결국 그 정장 세트를 입고 출근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다 보니 확실히 옷이 불편하긴 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오늘 좀 차려입었네?”라고 물어보는데, 속으로는 ‘이거 불편해서 오늘 퇴근하고 집에 가자마자 벗어던질 생각뿐이야’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사실 옷이라는 게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것보다 내가 입었을 때 편한 게 제일인데, 왜 매번 온라인 쇼핑몰의 그 깔끔한 모델 컷에 속아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지 모르겠다. 다음번에는 무조건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직접 입어보고 사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퇴근하고 나면 체력이 방전돼서 또 핸드폰으로 쇼핑몰 앱을 켜고 있겠지. 30대 후반까지 입을 수 있는 옷을 찾고 싶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매달 옷장 한구석에 입지 않는 옷만 늘어가는 것 같다.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과 오늘의 결론

옷장에 걸려 있는 옷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다들 30대 출근룩은 어떻게 입고 다니는 건지 궁금하다. 다들 진짜 매일같이 이렇게 불편함을 감수하고 입는 건지, 아니면 나만 유독 옷 고르는 눈이 없는 건지. 오늘 점심시간에도 동료들이랑 백화점에 들러서 구경 좀 해볼까 싶었지만, 결국 귀찮아서 근처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다 돌아왔다. 이 불편한 세미 정장 세트는 다음 주에도 또 한 번 입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냥 다음에는 좀 더 여유 있는 핏의 옷을 사야겠다. 아니, 어쩌면 살을 좀 빼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퇴근하고 나면 맥주 한 캔 마시는 낙을 포기할 수 없으니, 아마 다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