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 옷을 입어보고 싶어서 전시까지 다녀왔는데

부리 옷을 입어보고 싶어서 전시까지 다녀왔는데

우연히 마주친 부리라는 이름

솔직히 패션 쪽을 엄청 잘 아는 건 아니다. 그냥 드라마 보다가 배우가 입은 옷이 예쁘면 자막을 유심히 보는 정도? 며칠 전에도 어떤 드라마를 보는데 주인공이 입은 수트 실루엣이 딱 내 취향이었다. 자막에 ‘BOURIE’라고 적혀있길래 핸드폰으로 바로 검색을 해봤다. 부리라는 브랜드였는데, 왠지 익숙한 듯하면서도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드는 옷들이 많더라. 사실 평소에 쇼핑몰만 들락날락하다가 이런 디자이너 브랜드를 제대로 찾아본 건 처음인 것 같다. 남자 옷 쇼핑몰만 기웃거릴 때랑은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긴 했다.

캣워크 페스타에서 실물을 확인하다

마침 캣워크 페스타라는 전시에서 부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냥 무작정 다녀왔다. 성수동이었나, 하여튼 사람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전시에 들어갔더니 부리 섹션이 따로 있었는데 조은혜 디렉터랑 함민정 디렉터가 꾸려놓은 공간이 꽤 인상적이었다. 특히 ‘지속’ 라인이라고 해서 지난 시즌 원단으로 만든 옷들이 눈에 띄었다. 새 옷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남은 원단을 활용한다는 게 요즘 트렌드이기도 하고, 환경 생각해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혜진 씨가 뮤즈로 나섰다고 해서 그런지 확실히 옷이 더 힘 있어 보이는 착각도 들고 말이다. 근데 막상 전시장에서 본 데님 스타일링은 실물로 보니까 꽤 단단하고 묵직해서, 내가 이걸 일상에서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갑자기 들기 시작했다.

하객룩으로 입기엔 너무 과한가

사실 내 목적은 친구 결혼식 때 입을 하객룩을 하나 장만하는 거였다. 부리 옷이 전체적으로 실루엣이 칼 같아서 꽤 세련돼 보이긴 하더라. 하지만 막상 가격대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하객룩으로 입고 끝내기에는 출혈이 좀 크다. 50만원에서 80만원 사이를 호가하는 자켓들을 보면서 지갑을 몇 번이나 만지작거렸는지 모르겠다. 백화점이나 편집샵에서 보던 기성복이랑은 확실히 무게감이 달랐다. 그렇다고 이걸 사서 평소에 출근할 때 입을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좀 애매하다. 우리 사무실 분위기가 그렇게까지 차려입는 곳은 아니라서 괜히 혼자 너무 힘준 느낌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같이 간 친구는 예쁘다고 난리였는데, 막상 내 옷장에 걸어둘 생각을 하니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괴리감

전시 보고 나서 집에 와서 온라인 공홈을 다시 들어갔다. 쇼룸이라도 방문해볼까 싶어서 예약 페이지를 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접근성이 좋진 않았다. 온라인으로 보는 옷들은 다 너무 예쁜데, 내 몸에 맞을지, 내 평소 스타일에 묻어날지가 제일 큰 고민이다. 이벳필드 모자나 쓰고 다니던 내가 갑자기 이런 각 잡힌 옷을 입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리퍼브 가구점 가서 흠집 난 가구 하나 싸게 사 오던 습관 때문인지, 제값 다 주고 옷을 산다는 게 여전히 조금은 어색하게 다가온다. 그래도 자꾸 눈에 밟히는 걸 보면, 나도 이제는 조금 더 격식 있는 옷에 마음이 가는 나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결제하기에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결국 고민만 하다가 하루가 갔다

결국 전시는 잘 보고 왔는데, 결론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옷은 예쁜데, 과연 내가 이걸 얼마나 자주 입을지, 그리고 이 가격이 나에게 합리적인 소비인지가 계속 충돌한다. 사실 브랜드 가치를 생각하면 비싼 게 아닐 수도 있지만, 통장 잔고를 생각하면 또 다른 문제니까. 그냥 아이폰 가죽 케이스나 하나 바꾸고 만족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어쨌든 부리라는 브랜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건 나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그냥 인터넷으로 사진만 봤을 때랑은 확실히 달랐으니까. 나중에 돈을 좀 더 모아서 제대로 된 수트 한 벌 맞춰야지 하고 막연하게 다짐만 해본다. 이게 나중에 진짜 구매로 이어질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