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다들 예쁜 것만 눈에 들어오니까
날씨가 갑자기 훅 더워지면서 작년에 신던 샌들이 다 낡았다는 걸 깨달았다. 보통 이맘때가 되면 인스타그램 광고에 샌들이 엄청 뜨지 않나. 나도 홀린 듯이 쇼핑몰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요즘 유행하는 그 얇은 스트랩 샌들들, 그러니까 발가락 사이로 줄 하나 툭 지나가고 발목 감싸는 그런 디자인들 말이다. 보기에만 예쁜 건 알았지만, 나도 모르게 ‘이번엔 나도 좀 세련된 걸 신어볼까’ 하는 착각에 빠졌던 것 같다. 260 사이즈라는 게 사실 일반적인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구석에 한두 켤레 있을까 말까 한 사이즈라 고민이 많았다. 예전에 메리제인 펌프스 하나 사겠다고 홍대 근처 매장을 세 군데나 돌았다가 결국 허탕 치고 인터넷 주문했던 기억이 있는데, 왜 그걸 잊고 또 샌들을 찾아 헤맸는지 모르겠다.
260 사이즈의 비애와 온라인 쇼핑의 함정
결국 평소 즐겨 찾는 앱에서 리뷰가 2천 개가 넘는다는 샌들을 하나 주문했다. 가격은 대략 3만 9천 원 정도였는데, 사진 속 모델 발은 정말 가늘고 예뻤다. 하지만 막상 받아보니 이건 뭐 신데렐라 유리구두도 아니고 발가락이 삐져나오거나 스트랩이 살을 파고드는 게 문제였다. 특히 내 발은 볼이 넓어서 이런 류의 디자인은 무조건 한 사이즈 크게 주문해야 하는데, 그러면 길이는 또 헐떡거린다. 발볼러의 비애다. 웨지힐 샌들이나 통 샌들처럼 굽이 좀 있는 것들은 그나마 덜한데, 요즘 나오는 얇은 밑창의 샌들은 걷다 보면 발바닥이 아스팔트 열기를 그대로 흡수하는 느낌이라 10분만 걸어도 발이 퉁퉁 붓는다.
나이키 스포츠 샌들과 벨크로의 유혹 사이에서
결국 예쁨은 포기해야 하는 건가 싶어 나이키 스포츠 샌들을 기웃거려 봤다. 이게 진짜 발은 편하다. 찍찍이, 그러니까 벨크로로 발볼 조절이 자유로우니까 확실히 압박은 덜하다. 예전에 동네 마트 장 보러 갈 때나 편하게 신으려고 샀던 3만 원대 제품이 있었는데, 이게 웬걸 3년이 지나도 안 망가진다. 근데 문제는 스타일이다. 휴가철에 펜션 잡고 놀러 갈 때는 괜찮은데, 친구들이랑 조금 차려입고 나가는 자리에서는 이걸 신기가 좀 망설여진다. 뭔가 너무 ‘나 오늘 운동하러 왔어요’ 하는 분위기랄까. 그래서 다시 검색창에 ‘발 편한 슬링백’ 같은 걸 검색하게 된다. 하지만 슬링백은 뒤꿈치가 까질까 봐 또 걱정이다.
집 앞에 나갈 때의 타협점 찾기
요즘은 그냥 실내화 같은 슬리퍼 형태에 디자인만 조금 깔끔한 걸 찾아보고 있다. 여름 찜통더위에는 청바지도 못 입고 통 넓은 바지 위주로 입는데, 여기에 너무 굽 높은 힐 샌들을 신으면 괜히 발만 더 피로하다. 얼마 전엔 해운대 백사장 미화원분들 관련 기사를 읽다가 뜯어진 샌들이 버려져 있다는 대목을 봤는데, 남 일 같지가 않더라. 나도 밖에서 놀다가 샌들 줄 끊어져서 맨발로 걸어온 적이 있었으니까. 저렴한 거 몇 개 사서 돌려 신는 게 나은지, 아니면 돈 좀 더 주고 발 편한 브랜드 제품 하나를 뽕을 뽑을 때까지 신는 게 나은지 아직도 결론을 못 내렸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신발장의 고민
지금 신발장에는 예쁘지만 발이 아파서 한 번 신고 방치된 샌들이 벌써 세 켤레째다. 누구 줄 수도 없고 버리기도 아까워서 그냥 박스에 넣어뒀는데, 이게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다음번에는 무조건 매장에 가서 260 사이즈를 직접 신어보고 사리라 다짐하지만, 또 막상 귀찮아서 앱을 켜고 있겠지. 사실 편하면서도 예쁜 샌들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내 발이 신발을 가리는 건지 매번 헷갈린다. 이번 여름이 다 지나갈 때까지 고민만 하다가 결국 작년에 신던 낡은 슬리퍼를 다시 신고 나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딱히 정답이 없는 문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