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벼운 가방을 찾아 백화점을 헤맸다

결국 가벼운 가방을 찾아 백화점을 헤맸다

백화점 오픈런까지는 아니고 그냥 오후의 쇼핑

주말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무거운 가방은 정말이지 손이 안 간다. 예전에는 디자인만 예쁘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어깨가 짓눌리는 느낌이 들면 그날 하루 컨디션이 다 망가지는 기분이다. 친구들은 요즘 20대 직장인들이 많이 메는 가벼운 가방 브랜드나 탑핸들백이 유행이라며 이것저것 추천해주는데, 막상 매장에 가서 들어보면 내가 생각한 느낌이랑은 좀 다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갔는데, 비도 오고 사람도 많아서 입구부터 진이 빠졌다. 사실 명품관 줄 서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 시간씩 기다려서 가방을 사는 게 나에겐 이제 너무 먼 일처럼 느껴진다. 40대 중반이 되니 이제는 그냥 내가 편하게 들 수 있는 게 최고다.

짐은 줄어들지 않는데 가방은 작아진다

이상하게 가방 사이즈는 점점 작아지는데, 정작 가방 안에 넣고 다니는 짐은 예전이랑 똑같다. 화장품 파우치, 보조배터리, 지갑, 가끔은 작은 책 한 권까지 넣으면 미니 도트백은 금방 뚱뚱해진다. 얼마 전에는 30대 때 즐겨 메던 백팩을 다시 꺼내봤는데, 왠지 어색했다. 등판에 땀이 차는 것도 싫고, 지하철 탈 때마다 앞으로 메야 하는 상황이 40대인 나에게는 왠지 모르게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요즘은 크로스백이나 아예 가벼운 짐색 같은 소재의 가방을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 예전에 배드민턴 대회 나갔을 때 상품으로 받은 가방들이 문득 떠오르더라. 기능성은 그게 최고인데 말이다.

예산 고민과 현실적인 타협점

적당한 가격대의 가방을 찾다 보니 20만 원에서 40만 원 사이의 제품들을 많이 보게 된다. 명품은 아니더라도 가죽 질감이 괜찮고 너무 무겁지 않은 것들. 인터넷으로 보는 거랑 실제로 가서 들어보는 건 정말 차이가 크다. 어떤 건 디자인은 참 예쁜데 가방 자체 무게가 벌써 800g이 넘는다. 거기다 짐까지 넣으면 이건 가방을 드는 게 아니라 훈련을 하는 수준이다. 매장 직원은 이게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탑핸들백이라고 권해주는데, 손목에 걸고 잠시 거울을 보는 동안 이미 손목이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다시 내려놓고 나왔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 쇼핑을 하러 나와서 오히려 더 피곤해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묘한 허무함

저녁 7시가 넘어가니 백화점 조명이 더 밝게 느껴졌다. 4시간 정도 돌아다녔는데 결국 산 건 지하 식품관에서 산 샐러드랑 과일 몇 개가 전부였다. 가방을 사러 나갔는데 정작 가방은 못 사고 마음만 더 복잡해졌다. 문득 효연이 나오는 예능을 보며 화려한 집과 가방들을 구경할 때는 저게 다 필요할까 싶었는데, 막상 내 가방을 고르려니 기준이 하나도 안 선다. 나중에 내 몸이 좀 더 편안해지면 그때 다시 고민해봐야겠다. 오늘은 그냥 가벼운 에코백에 짐을 옮겨 담는 걸로 만족해야지. 40대가 되니까 좋은 가방을 갖는 것보다 가방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

결국 고민만 늘었다. 다음번에는 좀 더 가벼운 소재, 나일론이나 캔버스 위주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40대 중반쯤 되니 남들이 예쁘다는 거랑 내가 실용적으로 느끼는 거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가방은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짐은 줄이기는 싫고 가방은 가벼워야 하니 말이다. 다음 주에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나가볼까 생각은 하는데, 과연 이번에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냥 집에 돌아와서 짐을 쏟아내니 이게 제일 속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