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죽 자켓을 사기로 마음먹은 날의 기억
며칠 전부터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옷장 깊숙이 넣어뒀던 옷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봤는데, 작년에 즐겨 입던 코트들이 어쩐지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가죽 자켓을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가죽 자켓이라고 하면 남성 가죽 자켓이나 여성 가죽 자켓으로 딱 구분되어 나오지만, 막상 찾아보면 스타일이 너무 다양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예전에 톰하디가 나왔던 영화나 이런저런 매체에서 보던 그 투박한 느낌의 자켓을 원했는데, 쇼핑몰 몇 군데를 둘러보니 죄다 너무 깔끔하거나 아니면 과하게 화려한 스타일뿐이라 선뜻 결제 버튼을 누르기가 어려웠다.
어중간한 예산으로 겪은 당혹스러움
한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면 괜찮은 양가죽 자켓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상세 페이지를 들여다보니 가죽의 질이나 마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너무 극심했다. 어떤 건 10만 원대인데 합성 피혁 느낌이 강해서 포기했고, 또 어떤 건 50만 원이 훌쩍 넘어가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되어버렸다. 예전에 친구가 시장에서 산 가죽 자켓을 보고 꽤 괜찮다고 생각해서 따라가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어서 안심이 됐지만 요즘은 화면 너머로 질감을 짐작해야 하니 훨씬 더 피곤한 일인 것 같다. 레더 자켓은 입어보지 않으면 어깨 라인이 맞는지, 품이 너무 벙벙하지 않은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말이다.
더블 라이더 자켓의 치명적인 매력과 단점
결국 고민 끝에 더블 라이더 디자인으로 마음을 굳혔다. 지퍼가 사선으로 올라오는 그 특유의 남성미가 나쁘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더블 라이더를 실제로 받아보고 입어보니 생각보다 무게감이 상당했다. 예전에 입던 가벼운 야상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게 폼은 나는데, 가방을 메거나 지하철에서 서 있을 때 어깨가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살짝 후회도 됐다. 예쁜 건 참을 수 있는데 무거운 건 정말 참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삼 깨달았다. 친구는 스타일이 중요하지 무게가 대수냐고 했지만, 매일 입고 다니기에는 확실히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엉뚱하게 고민하게 된 CSM 벨트의 기억
쇼핑몰을 뒤지다가 엉뚱한 검색어에 걸려서 한참 시간을 뺏기기도 했다. 가죽 자켓을 검색하다 보면 자동 완성으로 ‘가면라이더 더블’ 같은 게 뜨는데, 그게 옷이 아니라 장난감 벨트라는 걸 알고 나서는 좀 허탈했다. CSM 버전은 대사까지 나온다길래 옷보다 오히려 그 벨트에 무슨 기능이 있는지 잠시 들여다보게 됐다. 옷 고르는 게 너무 어려우니 오히려 그런 엉뚱한 정보에 눈길이 가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지금 사려는 건 그런 코스튬 의상이 아닌데도, 왜 나는 옷 하나 사는 것보다 그런 사소한 정보에 더 시간을 쏟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옷장 속의 문제
결국 자켓은 도착해서 잘 걸려 있다. 가격은 대략 28만 원 정도였는데, 입고 나갈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주말에 카페에 잠깐 입고 나갔는데, 생각보다 뻣뻣해서 팔을 올리기가 불편했다.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길들여지면 나아진다는데, 그 ‘길들여지는 과정’이라는 게 생각보다 지루하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다. 예전에는 멋이 중요하다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냥 편한 게 최고라는 말이 왜 자꾸 와닿는지 모르겠다. 옷장에 걸린 자켓을 볼 때마다 뿌듯함보다는 ‘이걸 언제 다 길들여서 입나’ 하는 묘한 숙제 같은 기분이 든다. 다음에는 그냥 매장에 가서 직접 입어보고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막상 시간이 나면 인터넷으로 검색부터 하고 있을 내 모습이 뻔히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