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에서 샀던 크롭 자켓이 생각보다 손이 안 가서 겪는 고민

더현대에서 샀던 크롭 자켓이 생각보다 손이 안 가서 겪는 고민

더현대서울에서 충동적으로 집어온 크롭 자켓

지난 주말에 더현대서울에 다녀왔다. 사실 뭐 특별히 살 게 있어서 간 건 아니고, 그냥 날도 덥고 사람 구경도 할 겸 해서 나간 거였다. 그러다 5층인가 6층인가를 배회하다가 어떤 편집숍에서 여성 크롭 자켓을 하나 봤는데, 그게 눈에 확 들어왔다. 가격은 14만 원 정도였나. 요즘 옷값 워낙 비싸니까 그냥저냥 적당한가 보다 싶었다. 사실 옷이라는 게 온라인으로 보는 거랑 직접 입어보는 거랑 느낌이 다르니까, 거울 앞에 섰을 때의 그 짧은 만족감에 속아서 덜컥 결제를 해버린 셈이다. 그날 산 자켓이 사실 평소 즐겨 입던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왠지 이거 입으면 좀 세련돼 보일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여름용 아우터가 일상에서 생각보다 애매한 이유

문제는 집에 와서부터 시작됐다. 매장에서 입어볼 때는 에어컨 바람 때문에 시원해서 몰랐는데, 막상 이걸 입고 밖으로 나가려니까 고민이 된다. 요즘 날씨가 낮에는 정말 타 죽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실내 에어컨은 너무 강해서 반팔만 입고 있기엔 춥다. 그래서 얇은 린넨 자켓이나 크롭 스타일의 아우터를 챙기는데, 이게 생각보다 코디하기가 까다롭다. 같이 입으려고 산 슬랙스랑 매치하면 너무 차려입은 것 같고, 청바지랑 입자니 자켓의 단정한 분위기가 좀 붕 뜨는 느낌이다. 예전에 샀던 5만 원짜리 볼레로 가디건은 그냥 가방에 툭 넣었다가 쌀쌀할 때 걸치기 좋았는데, 이번에 산 크롭 자켓은 소재가 좀 빳빳해서 그런지 함부로 구겨 넣기도 애매하다.

집에서 다시 입어보니 느껴지는 미묘한 불편함

어제는 퇴근길에 카페에 들를 일이 있어서 그 자켓을 챙겨 입고 나갔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가방을 메고 서 있는데 자켓 밑단이 자꾸 붕 뜨는 게 느껴졌다. 크롭 기장이라 그런지 자세를 조금만 바꿔도 옷매무새가 신경 쓰인다. 옷이라는 게 나를 편하게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옷이 내 자세를 강제하는 느낌이랄까. 거울을 보면 나쁘지 않은데, 일상생활의 움직임과는 좀 안 맞는 것 같다. 며칠 전 뉴스에서 클라비스 같은 브랜드에서 26FW 신상으로 도톰한 아우터들이 나온다는 소식을 봤는데, 그런 거랑 비교하면 내 이 얇은 자켓은 딱 어정쩡한 중간 단계에 있는 것 같다. 가을 옷을 입기엔 너무 덥고, 그렇다고 여름옷만 입기엔 좀 썰렁하고.

스타일을 고집하다가 놓친 실용성에 대하여

주변 친구들은 예쁘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집에서 나갈 때마다 이거 입을지 말지 3분 정도 서서 고민한다. 14만 원이면 꽤 큰돈인데, ‘그냥 좀 더 무난한 걸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인스타에 많이 보이는 그런 세련된 핏은 확실히 예쁘긴 하다. 근데 일상에서 입기엔 너무 ‘작정하고 입은’ 느낌이 강해서 매번 망설이게 된다. 사실 그날 더현대에서 봤던 E.B.M 수트 셋업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리긴 했다. 그게 훨씬 활용도는 높았을 것 같은데, 괜히 크롭 자켓에 꽂혀서 이상한 고집을 부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언제까지 이 자켓을 꺼내 입게 될까

오늘도 옷장 문을 열어두고 한참을 쳐다봤다. 날씨는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며칠 뒤면 또 금방 추워질 텐데 이 자켓을 제대로 입을 날이 며칠이나 될지 모르겠다. 한창 더울 때는 더워서 못 입고, 이제 좀 시원해지려니 밤에는 쌀쌀해서 얇은 겉옷 하나로는 부족할 것 같고. 이런 고민 자체가 패션의 과정이라지만, 그냥 마음 편하게 손이 자주 가는 옷을 살 걸 그랬다 싶기도 하다. 그래도 막상 입고 나가면 거울 한 번 더 보게 되니까 완전히 실패한 쇼핑이라고 말하기는 또 애매하고. 그냥 좀 더 입어보면 익숙해질지, 아니면 결국 당근마켓에 올리게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일단 내일은 그냥 편한 후드 집업이나 챙겨 입고 나갈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