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스타일이 안 어울려서 미시 쇼핑몰을 뒤적거리다가 결국 반품만 늘어났다

예전 스타일이 안 어울려서 미시 쇼핑몰을 뒤적거리다가 결국 반품만 늘어났다

갑자기 예전 옷들이 전부 어색해 보이기 시작했다

출산하고 나서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이제 몸무게 자체는 예전 수준으로 대충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외출할 일이 생겨 옷장을 열었더니 입을 수 있는 옷이 단 한 벌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예전에 즐겨 입던 슬림한 핏의 셔츠나 무릎 위로 올라오는 스커트들을 꺼내 거울 앞에서 대봤는데, 왠지 모르게 민망하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앞섰다. 팔뚝 살이 예전보다 덜 탄탄해서 그런지 셔츠 소매가 꽉 끼는 느낌도 들고, 전체적인 실루엣이 내가 기억하던 내 모습과 너무 달랐다. 남편은 아무렇지 않다고 그냥 입고 나가라고 부추겼지만 내 스스로가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그날은 예전에 입던 헐렁한 맨투맨에 바지를 대충 걸치고 나갔는데, 하루 종일 내 옷차림이 신경 쓰여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제 정말 20대 때 입던 스타일과는 작별할 때가 된 건가 싶어 씁쓸한 기분이 밀려왔다.

미시룩이라는 단어를 직접 검색해보게 될 줄은 몰랐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재우고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창을 켰다. 늘 쓰던 브랜드 이름 대신 ’30대미시쇼핑몰’, ’30대여성쇼핑몰’ 같은 단어들을 하나씩 타이핑하는 내 모습이 왠지 낯설었다. 내가 벌써 미시라는 카테고리에 묶여서 옷을 찾아야 하나 싶은 마음에 묘한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 몸에 편하면서도 단정해 보이는 옷을 찾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검색결과에 나오는 수많은 쇼핑몰들을 보며 다른 사람들의 후기도 꼼꼼히 읽어봤다. 나처럼 출산 후 체형 변화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올린 절절한 사연들이 보였다. 엉덩이 둘레나 허벅지 단면 치수를 센티미터 단위로 꼼꼼히 체크해 가며 내 체형에 맞는 옷을 찾는 과정이 생각보다 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인터넷에서 찾은 쇼핑몰 몇 군데를 둘러보며 느낀 점

이것저것 타고 들어가다 보니 ‘안나리치’라는 쇼핑몰과 ‘모노데일리’ 같은 곳들이 자주 언급되는 것 같았다. 안나리치에서는 마침 세일 코너를 크게 열어두고 있었는데 원래 3만 원대에 팔던 티셔츠나 가벼운 아우터 종류를 1만 원대로 파격 할인해서 파는 품목들이 제법 많았다. 20대 때 자주 가던 보세 쇼핑몰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옷의 통이 넓고 소매 길이도 팔뚝을 넉넉하게 가려주는 디자인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모노데일리는 코디 컷들이 비교적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느낌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예전에는 그냥 디자인만 보고 예쁘면 샀는데, 이제는 소재가 폴리인지 면인지, 신축성이 얼마나 좋은지부터 확인하게 되더라. 하지만 디자인이 너무 무난하다 보니 자칫 잘못 입으면 원래 나이보다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일 것 같은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장바구니에 담아둔 옷들이 도착하고 나서 느낀 묘한 괴리감

자정이 다 된 시간에 피곤한 눈을 비벼가며 바지 두 장과 얇은 가디건 하나를 골라 결제했다. 배송은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결제한 지 5일이 지나서야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놓였다. 요새 웬만한 쇼핑몰들은 하루 이틀이면 오던데 배송 기간이 긴 점은 약간 아쉬웠다. 서둘러 포장을 뜯고 거울 앞에서 입어보았는데, 쇼핑몰 화면 속 모델이 입었을 때의 그 여유롭고 세련된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품이 넓은 바지는 내 키가 작아서 그런지 벙벙하게 남아서 핏이 애매했고, 가디건은 소재가 생각보다 얇아서 안에 입은 옷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격 대비 소재는 나쁘지 않았지만 내 몸에 얹혀진 옷의 실루엣을 보니 한숨이 먼저 나왔다.

반품을 할까 말까 고민하며 보낸 며칠 동안의 스트레스

받아본 옷 세 벌 중에 제대로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결국 반품 신청을 하려고 스마트폰을 켰다. 그런데 반품 배송비 6천 원을 물어야 한다는 화면을 보니 갑자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그냥 집 앞 슈퍼 갈 때 막 입는 용도로 놔둘까 싶다가도, 그렇게 처박아 둔 옷들이 이미 옷장에 수두룩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결국 반품을 하기로 마음먹고 옷들을 다시 상자에 개어 넣는데 왠지 모를 피로감이 몰려왔다. 예전에는 인터넷으로 대충 옷을 사도 왠만하면 다 잘 맞고 어울렸는데, 이제는 치수를 다 재보고 사도 실패할 확률이 이렇게 높다는 사실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쇼핑 하나 하는 것도 이렇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나 싶어 짜증이 살짝 나기도 했다.

결국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타협점만 고민하는 중

우여곡절 끝에 택배 상자를 다시 보내고 나서 여전히 내 옷장은 비어 있는 상태다. 30대 중반의 애매한 나이대에 걸치면서, 너무 젊은 스타일은 주책맞아 보이고 그렇다고 너무 넉넉한 미시룩은 벌써부터 노티 나는 것 같아 갈피를 못 잡겠다. 남들은 다들 알아서 예쁘게 잘만 입고 다니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옷 입는 게 숙제처럼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다. 다음번에는 그냥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직접 매장에 가서 어색함을 무릅쓰고 입어보고 사야 할지, 아니면 다시 한번 인터넷 쇼핑몰을 뒤적거려야 할지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마 당분간은 작년에 입던 늘어난 면바지만 주야장천 입고 다니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