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낮의 뜨거움과 에어컨의 차가움 사이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왔다. 매년 반복되는 고민이지만, 밖은 타들어 갈 듯이 뜨거운데 실내에만 들어가면 에어컨 바람 때문에 으슬으슬한 그 온도 차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 며칠 전부터 남성 여름 바람막이를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었다. 반팔만 입고 다니자니 팔에 닿는 자외선이 따갑게 느껴지고, 그렇다고 두꺼운 걸 입자니 지하철역 계단을 오를 때 벌써 등에서 땀이 배어 나오니 말이다.
나이키 윈드러너를 검색하며 느낀 당혹감
결국 고민 끝에 제일 익숙한 나이키 윈드브레이커를 찾아봤다. 사실 고프코어 스타일이 유행이라길래 평소에 입던 무난한 검은색 말고 좀 더 튀는 색을 살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상세 페이지를 보니까 여름용이라고 나온 초경량 제품들도 가격이 10만 원을 훌쩍 넘어가더라. 이게 정말 얇은 천 한 장인데, 이 정도 금액을 태우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이키 윈드러너 디자인이 예쁜 건 알겠는데, 막상 입고 나가서 땀이라도 한 번 흘리면 바로 세탁해야 할 텐데 그게 괜찮을까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빼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매장 방문과 예상치 못한 피팅의 기억
주말에 근처 아울렛에 들렀다. 나이키 매장 한구석에 남자 여름 점퍼 코너가 따로 있길래 몇 가지를 입어봤다. 확실히 인터넷으로 사진만 보는 거랑은 다르더라. 일단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소재가 훨씬 얇고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강했다. 문제는 어깨 부분이었다. 분명 내 사이즈인데도 뭔가 벙벙하게 뜨는 느낌이 들어서 거울을 보는데, 이게 고프코어 느낌인 건지 그냥 옷이 나한테 안 맞는 건지 분간이 안 갔다. 직원분은 요즘 이게 다 이런 핏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냥 좀 컸다.
결국 고민만 깊어진 채로 돌아오다
매장에선 13만 원 정도 하던데, 인터넷 최저가를 찾아보니 대략 8만 원대에서 9만 원대 사이가 많았다. 가격 차이가 이렇게 나니 매장에서 바로 결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또 인터넷으로 주문하자니 막상 받아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하는 것도 일이다. 결국 바람막이는 사지 못하고 그냥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냉방이 너무 강해서 다시 한번 바람막이 생각이 간절해졌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쇼핑이 하고 싶었던 건지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입는 순간보다 안 입고 나갈 때가 더 많은 건 아닐까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과연 이걸 매일 입을까 싶다. 작년에도 비슷한 핑계로 남자 여름 잠바를 하나 샀다가 옷장 깊숙이 박아두고 가을이 되어서야 꺼내 입었던 기억이 난다. 여름은 그냥 덥게 보내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얇은 외투를 하나 장만하는 게 맞는 건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 오늘도 결국 반팔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고민만 하다가 여름이 다 지나갈 것 같기도 하고, 뭐 어쨌든 정 답답하면 그날그날 상황에 맞춰서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