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장 조명이 왜 이렇게 밝은지 모르겠다
지난 주말에 갑자기 날이 풀려서 오랜만에 등산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장을 열어보니 3년 전에 샀던 등산 바지는 이미 엉덩이 부분이 닳아 있고, 신축성도 다 떨어져서 입기가 좀 민망한 상태였다. 그래서 급하게 근처 아웃도어 매장이 몰려 있는 곳으로 나갔다. 예전에는 그냥 아무거나 편한 거 집어 들면 그만이었는데, 막상 매장에 들어가니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K2나 아이더 같은 곳들은 세일 중이라는 현수막을 크게 걸어놨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옷을 입어보기도 힘들더라. 결국 사람이 좀 적은 구석진 매장으로 들어갔는데, 조명이 너무 밝아서인지 옷 색깔이 내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달랐다. 분명 차분한 쥐색인 줄 알았는데, 막상 입어보니 거의 은색에 가까워서 당황했다.
등산 반바지와 긴 바지 사이의 딜레마
이번에는 좀 시원하게 입어보고 싶어서 5부 기장의 반바지를 구경했다. 데카트론 매장에서 봤던 트렉 900 라인이 꽤 괜찮아 보였는데, 사실 반바지만 입고 산에 올라가면 풀이나 돌에 긁힐까 봐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점원분께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요즘은 반바지 안에 레깅스를 받쳐 입거나, 아예 투인원 스타일로 나온 제품들이 많다고 하더라. 가격은 대략 6만 원에서 9만 원 사이였는데, 기능성 소재라고 하니까 뭔가 사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결국 눈에 띈 건 냉감 기능이 들어간 버뮤다 팬츠였다. 이게 진짜 시원할까 싶었는데, 매장에서 입어보니 확실히 살에 닿는 느낌이 일반 면바지랑은 달랐다. 근데 또 긴 바지를 안 사자니 왠지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서, 결국 5부 반바지랑 긴 바지를 같이 집어 들었다.
결제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다
바지 두 벌을 고르고 나니 셔츠가 문제였다. 바람막이 조끼를 하나 살까 싶어서 구경했는데, 괜찮은 건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서 그냥 내려놓았다. 대신 넷피엑스에서 봤던 컴뱃 셔츠류나 블랙야크에서 할인하는 제품들을 떠올려보니, 굳이 매장에서 정가 다 주고 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이미 바지를 두 벌이나 고른 상태라 그냥 매장에서 세트로 나온 셔츠까지 하나 더 추가했다. 바지 2개에 셔츠 1개를 사니 사은품으로 티셔츠를 하나 준다고 해서 얼떨결에 챙겨왔는데, 집에 와서 다시 입어보니 바지 하나는 기장이 너무 길어서 수선을 맡겨야 할 것 같았다. 30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집에 왔더니 아직도 현관 옆에 그대로 봉투가 놓여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선택의 무의미함
솔직히 아웃도어 브랜드 순위 같은 걸 검색해봐도 다 광고성 글이 많아서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매장에 직접 가서 입어보고, 소재가 얇은지, 땀이 찼을 때 잘 마를 것 같은지 확인하는 게 제일이긴 한데, 그것도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이번 쇼핑을 하면서 느낀 건, 그냥 적당히 편하고 나한테 맞는 핏만 찾으면 브랜드는 크게 상관없겠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땀 흘리고 흙 묻히면 다 똑같은 등산복인 것을. 그래도 새로 산 반바지는 주머니가 깊어서 차 키랑 핸드폰을 넣어도 안 빠질 것 같아 그건 좀 마음에 든다. 산에 가서 실제로 입어봐야 진짜 편한지 알 수 있겠지만, 벌써부터 입고 나가는 게 귀찮아지는 건 왜일까.
여전히 남아있는 찜찜함
쇼핑을 끝내고 카페에 앉아 영수증을 다시 보니 생각보다 돈을 꽤 썼다. 이렇게까지 해서 등산을 가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막상 산에 가면 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후회하겠지. 집에 있는 등산화도 밑창이 좀 닳은 것 같던데, 그것도 조만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다음에는 그냥 온라인으로 적당히 싼 거 사서 입어야지 싶다가도, 막상 매장 가서 만져보면 또 좋은 게 눈에 들어오겠지. 옷은 샀는데 정작 산에 갈 날짜는 아직도 안 정했다. 바지 세 벌이 옷걸이에서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