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박스를 뜯어보고 나서 느낀 묘한 기분

택배 박스를 뜯어보고 나서 느낀 묘한 기분

상세 페이지와 실물의 차이

며칠 전부터 인스타그램 광고에 계속 뜨던 신시어라는 곳에서 결국 옷을 몇 벌 샀다. 요즘은 어딜 가나 알고리즘이 따라다니니까, 내가 뭘 좀 보려고 하면 바로바로 내 취향인 척하는 광고들이 줄을 잇는다. 이번에는 뭔가 차분해 보이는 톤의 셔츠랑 밴딩 슬랙스였는데, 화면으로 볼 때는 질감이 참 좋아 보였다. 6만 원 정도면 요즘 인터넷 쇼핑몰 가격치고는 그냥 적당한 수준인가 싶어서 고민하다가 결제를 했다. 사실 옷장에 옷은 넘쳐나는데, 왜 매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을 옷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막상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약간 더 뻣뻣한 느낌이 들었다. 상세 페이지 조명이 너무 좋았던 건지, 아니면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건지 조금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서 입어봤을 때의 아쉬움

퇴근하고 집에 와서 부랴부랴 입어봤다. 바지는 허리 밴딩이 짱짱해서 좋긴 한데, 생각보다 기장이 너무 길어서 밑단이 바닥에 쓸릴 것 같았다. 수선집을 가야 하나 아니면 그냥 롤업 해서 입어야 하나 싶어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셔츠는 사진에서 본 것처럼 자연스럽게 툭 떨어지는 맛이 좀 덜하고 어깨 부분이 생각보다 각이 져서 약간 덩치가 커 보이는 느낌이 났다. 동네에서 편하게 입으려고 산 건데, 이걸 입고 나가면 좀 신경이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오면 바로 교환이나 환불을 신청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것도 다 귀찮아서 그냥 옷장에 넣어두게 된다. 옷장 속에 또 한 벌의 ‘다음에 입어야지’ 리스트가 추가된 셈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것의 한계

직접 입어보고 살 수 있는 곳이면 좋았을 텐데, 요즘은 대부분 온라인 전용 브랜드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일산 쪽에 ‘신시어튜닝’ 같은 곳이 있긴 하던데 거긴 차 튜닝하는 곳이라 전혀 다른 곳이고, 내가 산 옷 브랜드는 말 그대로 온라인 중심이라 입어볼 방법이 없다. 그냥 모델 핏을 보고 ‘아, 나도 입으면 저렇게 되겠지’라는 희망 회로를 돌리는 수밖에 없다. 막상 입어보면 모델이랑은 체형도 다르고 골격도 다르니 결과물이 딴판인 건 당연한데, 매번 그걸 잊어버리는 것 같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직원 눈치 안 보고 이것저것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물론 막상 가도 어색해서 금방 나오겠지만.

어설픈 소비의 끝

결국 이번에 산 옷들은 당분간 집에서만 입거나, 아니면 집 앞 편의점 갈 때나 입게 될 것 같다. 6만 원이 적다면 적은 돈인데, 잘 입지도 않을 옷을 사려고 결제 버튼을 누르던 그 순간의 내가 좀 원망스럽기도 하다. 인터넷 쇼핑몰들의 상세 페이지는 하나같이 너무나도 완벽해 보여서, 그걸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주문해서 내 삶의 분위기를 바꿔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택배를 받고 며칠이 지난 지금은 그냥 그저 그런 옷 몇 벌이 내 옷장에 새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만 남았다. 특별히 나쁘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좋지도 않은 이런 상태가 오히려 더 사람을 허탈하게 만든다. 그냥 예전부터 입던 편한 옷이나 더 사둘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다음에는 정말 신중하게 사야지 다짐하지만 아마 다음 달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을 것 같다. 옷장에 있는 새 옷을 볼 때마다 입을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