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가을쯤이었나, 갑자기 가죽 자켓에 꽂혀서 한참을 검색했다. 예전에는 그냥 아무거나 입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사려니까 이게 또 만만한 게 아니더라. 어딕트클로즈 같은 곳이 유명하다는 건 알았지만, 선뜻 결제하기에는 가격대가 꽤 부담스러웠다. 대략 100만 원 언저리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서 40만 원 정도 하는 양가죽 자켓을 샀다. 처음에는 멋있어 보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다.
뻣뻣한 가죽과 예상치 못한 무게감
택배를 처음 뜯었을 때의 그 기분은 아직 기억난다. 반짝거리는 가죽 냄새가 났는데, 막상 입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가죽 자켓은 원래 무게감이 있다고는 하지만, 반팔 자켓 코디처럼 가볍게 툭 걸치고 나가는 걸 상상했던 나에겐 꽤 큰 벽이었다. 어깨가 금방 결려서 몇 시간 이상 입고 있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단순히 멋만 생각했지, 실용적인 면은 완전히 놓쳤던 거다. 매일 가볍게 입으려고 샀는데, 결국 중요한 약속 있는 날에만 꺼내 입는 ‘전투복’이 되어버렸다.
스타일링의 한계와 날씨의 눈치싸움
가죽 자켓이 사실 아무 데나 다 잘 어울릴 줄 알았거든. 근데 막상 스트라이프 니트나 얇은 브이넥 가디건 위에 걸치니까 생각보다 너무 투박해 보였다. 너무 거칠어 보인달까. 요즘은 그냥 편하게 트위드 자켓이나 니트 가디건을 더 자주 찾게 된다. 가죽은 관리가 진짜 귀찮다. 비 오는 날엔 절대 못 입고, 습한 날엔 곰팡이 필까 봐 걱정돼서 제습제 근처에 걸어두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다. 한 번은 카페에 갔다가 의자에 가죽 자켓을 걸어뒀는데, 혹시라도 어디 긁힐까 봐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옷한테 내가 매여 있는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손이 안 가는 옷의 최후
최근에 옷장을 정리하다가 구석에 처박혀 있는 자켓을 발견했다. 1년 동안 한 5번 입었나? 가격을 생각하면 횟수당 거의 8만 원꼴로 입은 셈이다. 당근마켓에 팔아버릴까 싶어 사진도 몇 장 찍었는데, 막상 올리려니 정이 들어서인지 망설여진다. 처음엔 정말 예뻐 보여서 샀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냥 짐이 된 것 같다. 차라리 그 돈으로 자주 입는 기본 코트나 하나 더 살 걸 그랬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어제 식당에서 본 어떤 분이 입었던 브라운 모직 자켓이 그렇게 예뻐 보이더라. 가죽은 가죽대로 매력이 있지만, 나한테는 관리가 너무 어려운 영역인가 싶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옷 고르기
결국 잘 입는 옷은 손이 자주 가는 옷이더라. 가죽 자켓처럼 큰맘 먹고 고른 옷보다, 그냥 동네 나갈 때 편하게 걸치는 그런 옷들이 더 애착이 간다. 다음에는 정말 고민 많이 해서 사야지 다짐하지만, 막상 또 예쁜 화보를 보면 마음이 흔들리겠지. 박해린이 화보에서 입은 가죽 숏 팬츠랑 크롭 자켓 조합을 보면서 ‘와 진짜 멋있다’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입으면 그 느낌이 안 날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도 이놈의 물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지금도 쇼핑 앱을 켰다 껐다 반복하고 있다. 아마 다음 주쯤엔 또 뭔가를 사고 있겠지. 잘 입지도 않을 거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