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담아버린 크롭 셔츠
거울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확실히 옷이라는 건 사진으로 볼 때랑 직접 입었을 때의 괴리감이 참 크다. 얼마 전부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면 다들 짧은 기장의 크롭 셔츠를 하나씩은 입고 있길래,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쇼핑몰 앱을 켰다. 사실 전지현이나 아이돌들이 입은 걸 보면 그냥 예쁘다는 생각만 들지, 내가 입으면 어떤 모습일지까지는 진지하게 고민 안 했던 게 화근이었다. 평소에 무난하게 입던 면 와이셔츠나 텐셀 셔츠 같은 것들만 입다가 갑자기 밑단이 댕강 잘린 옷을 고르려니 마음 한구석이 왠지 모르게 찜찜했다. 가격대는 3만 8천 원 정도였는데, 그냥 디자인이 예뻐 보여서 고민 없이 주문했다.
집에서 처음 입어봤을 때의 그 당혹감
배송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퇴근하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를 뜯어보고 바로 입어봤는데, 예상했던 핏이 아니었다. 분명 모델 컷에서는 하이웨스트 바지랑 매치해서 적당히 세련된 느낌이었는데, 내가 입으니 그냥 배가 살짝 찬 느낌이랄까.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돌려보는데, 이게 단순히 옷을 잘못 산 건지 아니면 내 몸이 문제인 건지 판단이 잘 안 섰다. 같이 들어있던 끈나시랑 레이어드해서 입어보니 그나마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원래 입던 긴 기장의 스트라이프 셔츠가 더 편한 것 같기도 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확실히 20대 때 입던 스타일이랑 지금 내가 시도하는 스타일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이랄까, 그런 게 묘하게 느껴졌다.
밖으로 입고 나가기까지 고민만 며칠
일단 산 건데 안 입고 옷장에 박아두긴 아까워서 주말에 카페 갈 때 용기를 내어 입어보기로 했다. 평소 즐겨 입던 카고 팬츠에 셔츠를 매치했는데, 문제는 걸을 때마다 셔츠 밑단이 계속 올라가는 거다. 분명 집에서는 괜찮아 보였는데, 의자에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옷매무새를 다듬어야 하는 게 너무 번거로웠다. 닝닝 같은 아이돌들은 어떻게 그렇게 무심하게 툭 걸치고 다니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내가 산 셔츠 재질이 약간 빳빳한 면이라서 더 붕 뜨는 것 같기도 하고.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고 그냥 저렴한 거 샀으니 그러려니 해야지 싶다가도, 밖에 나가서 남들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결국은 다시 긴 옷으로 손이 간다
결국 한두 번 입고 나니 다시 원래 입던 헐렁한 반팔티나 얇은 블라우스로 손이 간다. 크롭 셔츠가 예쁘긴 한데, 이게 생각보다 관리가 까다롭다. 식사라도 할라치면 배 쪽이 신경 쓰여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겠고, 무엇보다 덥다고 얇은 걸 찾다가도 막상 입으면 더운 기분이 드는 묘한 아이템이다. 베르니스 같은 브랜드의 레이스 셋업은 예뻐 보였지만, 막상 일상에서 입기엔 너무 화려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쇼핑을 하고 나서 이렇게까지 만족감이 애매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예전에는 유행이면 무조건 따라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편한 게 최고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스타일
지금도 옷장 한구석에 그 크롭 셔츠가 걸려 있는데, 입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옆에 있는 스트라이프 셔츠를 꺼내 입었다. 버리기는 아깝고, 다시 입으려니 뭔가 쑥스럽고. 딱히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지금 입기에는 조금 불편한 옷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나중에 날이 좀 더 선선해지면 안에 이너 탑을 더 든든하게 챙겨 입고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지만, 사실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거 입으면 스타일리시해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냥 거울 보며 고민만 늘어난 꼴이 됐다. 다음에는 그냥 무난한 걸로 사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또 새로운 디자인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