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나도 ‘힙스터’처럼
처음 편집샵이라는 곳을 알게 된 건, 패션 잡지 속 ‘요즘 뜨는 곳’ 리스트에서였다. 막연하게 ‘나도 저런 감각적인 옷들을 잘 고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법하다. 특히 20대 중반,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더 그랬다. 옷 잘 입는 사람들을 보면 꼭 하나씩은 편집샵에서 산 듯한 독특한 디자인의 아이템을 걸치고 있었으니까. 나도 몇 군데 유명하다는 편집샵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온라인으로도 열심히 뒤져봤다. 처음에는 ‘와, 정말 다 처음 보는 브랜드들인데 다 멋있어 보인다!’ 하고 감탄했지만, 막상 뭘 사야 할지, 내 스타일은 뭘까 하는 고민이 깊어졌다.
현실적인 고민: ‘나에게 맞는’ 쇼핑의 기준
몇 년 전, 여름 휴가를 앞두고 옷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어디서나 볼 법한 흔한 브랜드보다는 좀 더 개성 있는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당시 SNS에서 핫했던, 여러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는 편집샵 몇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봤다. 가격대는 20만원대 후반에서 50만원대까지, 블라우스나 원피스 하나에 꽤나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백화점에서 브랜드 옷을 살 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한 번뿐인 휴가인데, 남들과 다른 나만의 스타일을 찾자’는 마음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몇 가지 아이템을 골랐다.
결과는? 솔직히 말해 기대만큼 완벽하진 않았다. 일단, 사진으로는 정말 예뻤던 옷이 막상 받아보니 소재가 생각보다 별로였다. 20만원짜리 블라우스인데 몇 번 입으니 보풀이 일거나, 핏이 애매해서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또, ‘디자인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옷이 막상 입고 나가니 ‘너무 과한 디자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동생과 함께 갔던 오프라인 매장에서 겪은 일이다. 동생은 5만원짜리 티셔츠를 골랐는데, 나는 30만원짜리 원피스를 들었다. “언니, 그 원피스… 동네 마트 갈 때 입을 수 있겠어?”라는 동생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 ‘편집샵=무조건 비싸고, 무조건 멋있다’는 나의 막연한 생각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
편집샵, 언제 빛을 발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편집샵을 이용한다. 다만, 이전과는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무작정 멋있어 보이는 곳’이 아니라, ‘내 취향의 특정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곳’을 찾는다.
1. 기본템 이상의 ‘포인트’ 아이템을 찾을 때
데일리로 입을 무난한 티셔츠나 바지는 굳이 비싼 편집샵에서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특별한 날, 혹은 평범한 옷차림에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 편집샵은 좋은 선택지가 된다. 예를 들어, 독특한 패턴의 스카프, 유니크한 디자인의 액세서리, 혹은 평범한 룩에 개성을 더해줄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아우터 같은 것들이다. 이런 아이템들은 일반적인 SPA 브랜드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건:
* 가격대: 10만원 ~ 30만원 선의 포인트 아이템.
* 상황: 격식 있는 자리보다는 캐주얼하거나,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날.
* 주의: 너무 과한 디자인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자신의 평소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2. ‘이런 느낌’을 파는 곳을 알고 싶을 때
예를 들어, ‘나는 좀 더 빈티지하고 밀리터리한 느낌의 옷을 좋아해’라거나, ‘나는 미니멀하고 차분한 감성을 선호해’와 같이 명확한 취향이 있다면, 해당 스타일을 전문적으로 큐레이션하는 편집샵이 도움이 된다. 이런 곳들은 브랜드 선별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나의 취향과 맞는 브랜드를 발견할 확률이 높다.
조건:
* 취향: 자신만의 명확한 스타일 선호도가 있을 때.
* 목표: 특정 스타일의 브랜드를 탐색하고 싶을 때.
* 시간: 쇼핑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때. (브랜드 탐색 및 비교 필요)
3. ‘가성비’와 ‘희소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싶을 때
모든 편집샵이 비싼 것은 아니다. 일부 편집샵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브랜드를 소개하기도 하고, 시즌오프 세일을 적극 활용하면 백화점 브랜드 못지않은 퀄리티의 옷을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대중화되는 것이 싫거나, 남들보다 조금 더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편집샵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조건:
* 시기: 시즌오프, 클리어런스 세일 기간.
* 목표: 가성비와 희소성을 동시에 고려할 때.
* 결정: ‘이 가격에 이 퀄리티면 만족’이라는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할 때.
흔한 실수와 실패 경험
가장 흔한 실수는 바로 ‘가격=품질’이라는 공식에 맹신하는 것이다. 높은 가격표가 붙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소재나 완벽한 핏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아직 생산 시스템이나 품질 관리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처음에는 ‘이 정도 가격이면 당연히 좋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몇 번 입지 못하고 옷장에 처박아둔 경험이 있다.
나의 실패 사례: 몇 년 전, 20대 후반 여성 쇼핑몰로 유명했던 한 편집샵에서 40만원대 코트를 구매했다. 당시에는 ‘이 가격이면 오래 입을 수 있고, 유행도 타지 않는 좋은 코트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받아보니, 보온성은 떨어지고 어깨 뽕은 과하게 들어가 있어 어색했다.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는, 내가 가진 다른 옷들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결국, 몇 번 시도 끝에 입지 않고 중고로 판매했다. 내 옷장에 있는 다른 10만원대 코트가 훨씬 활용도가 높았다. 이걸 보면서 ‘정말 나에게 필요한 옷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나’를 아는 것이 중요
브랜드 편집샵 쇼핑은 ‘나’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 옷을 입을 것인지, 그리고 나의 예산은 얼마인지 명확히 아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기성복 브랜드에서 벗어나 나만의 개성을 찾고 싶은 분.
- 특정 스타일이나 감성을 추구하며, 그에 맞는 브랜드를 탐색하고 싶은 분.
- 합리적인 가격으로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 분.
이런 분들은 신중하세요:
- 단순히 ‘비싸고 유명한’ 것에 끌리는 분.
- 옷 구매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어렵거나, 정보를 탐색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분.
- 최신 유행하는 아이템을 빠르게 소비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
현실적인 다음 단계:
온라인 편집샵의 ‘MD 추천’이나 ‘주간 베스트’ 목록을 훑어보되, 너무 맹신하지 마세요. 대신, 평소 관심 있던 스타일의 옷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을 저장해두고, ‘이런 느낌의 옷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하고 천천히 탐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당장 구매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런 스타일도 있구나’ 하고 눈을 넓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