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까지 들고 가기엔 너무나 귀찮았던 날
결국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까르띠에 팬더 콤비를 꺼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출근할 때 매일 차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워치만 손목에 감게 되니 자연스럽게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그냥 두면 배터리만 나가고 관리도 안 될 것 같아서, 큰맘 먹고 강남중고명품매입 하는 곳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동네 가까운 금거래소 같은 곳에 가서 대충 던져주고 현금으로 바꿀까도 고민했다. 목동이나 동탄 쪽 금거래소는 동네 카페 글에서도 종종 보긴 했는데, 왠지 시계는 전문적인 감정이 없으면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찜찜함이 발목을 잡았다.
견적 비교 사이트가 오히려 더 머리 아픈 이유
요즘은 온라인으로 견적을 먼저 내주는 플랫폼이 정말 많더라. ‘김명품’ 같은 곳도 보이고, 이름도 잘 모르는 수많은 명품 매입 플랫폼들이 쏟아졌다. 사진 몇 장 찍어서 올리면 예상 매입가를 알려준다길래 서너 군데 등록해봤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예상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사진상으로 보는 것과 실물 감정은 완전히 다르다는 식의 답변만 돌아오니, 결국 ‘일단 방문하세요’라는 결론뿐이었다. 어떤 곳은 너무 낮은 가격을 불러서 불쾌했고, 어떤 곳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해서 오히려 ‘이거 혹시 낚시인가?’ 하는 의구심만 키웠다. 30대 여자가방이나 시계 같은 건 그냥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은 마음인데, 과정이 길어지니 점점 지치기만 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다
결국은 강남에 있는 명품 매입 거점으로 직접 가기로 했다. 지도 앱을 켜서 평점이 그나마 좀 나은 곳을 골라 예약 없이 무작정 출발했다. 가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시계 상태를 다시 확인하는데, 살짝 긁힌 자국이 눈에 들어오면서 갑자기 마음이 좁아졌다. ‘아, 여기서 감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매장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훨씬 사무적인 분위기였다. 마치 은행 창구 같기도 하고, 적막한 공기가 흐르는 게 나만 왠지 눈치를 보는 기분이었다. 강남명품매입 전문점이라고 해서 좀 더 친근한 상담을 기대했던 건 내 착각이었다.
감정사 앞에 앉아있는 15분 동안의 어색함
감정사분이 루페를 끼고 시계를 요리조리 살피는 동안 나는 멍하니 테이블 위 포스터만 바라봤다. 정품 인증 체계를 강화한다는 둥, 장인정신이 어쩌고 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었는데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략 15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체감상 한 시간은 앉아있던 것 같다. 시계가 낡았다는 지적을 들을까 봐 괜히 먼저 ‘잘 안 찼어요’라며 변명까지 했다. 내가 왜 이런 상황을 자처했나 싶어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그냥 좀 더 저렴하게 받더라도 동네에서 해결할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계속 맴돌았다.
최종 금액을 듣고도 왠지 모를 찜찜함
제시받은 금액은 처음에 플랫폼에서 봤던 것보다 10만 원 정도 낮았다. 생활 기스가 있다는 이유였는데, 그걸 부정할 수는 없으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강남중고명품매입 시장이 워낙 정보가 많다 보니 이게 정말 적정한 가격인지도 확신이 안 섰다. 그냥 ‘더 돌아다녀 봤자 차비만 들고 기력만 빠지겠다’는 생각에 그대로 넘겨버렸다. 입금은 생각보다 빨리 됐지만,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면서도 딱히 개운하지는 않았다. 꽤 오랫동안 애착을 가졌던 물건인데, 이렇게 순식간에 숫자로 변해버리니 허무함 같은 게 남았다. 다음번에는 이런 귀찮은 일을 또 하게 될지, 아니면 그냥 누구 줄 사람이나 찾을지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다시는 이런 매장에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