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재그에서 옷을 주문하고 나서 며칠 뒤에야 후회했던 이유

지그재그에서 옷을 주문하고 나서 며칠 뒤에야 후회했던 이유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옷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매일 퇴근길 지하철에서 습관처럼 지그재그 앱을 켠다. 사실 딱히 필요한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30대에 접어들고 나니 옷을 고르는 기준이 더 까다로워진 것 같다. 예전에는 그냥 저렴하고 예쁘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소재가 어떤지, 세탁기에 돌리면 바로 망가질 것 같은지부터 따지게 된다. 얼마 전에는 인스타그램 광고에 계속 뜨던 30대 여성 의류 쇼핑몰 몇 군데를 둘러보다가 결국 장바구니에 셔츠 두 벌을 담았다. 가격대는 대략 4만 원에서 6만 원 사이. 아주 싼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브랜드 제품처럼 십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실패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의 미묘한 기분

주문하고 나서 3일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다. 사실 이때가 제일 설레면서도 동시에 걱정되는 순간이다. 화면 속 모델이 입었을 때는 정말 태가 났는데, 내가 입으면 영 이상한 핏이 나올 때가 많으니까. 상자를 뜯어보니 생각보다 색감은 마음에 들었다. 화면에서 보던 것과 큰 차이가 없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소재를 만져보는 순간 조금 멈칫했다. 분명 설명란에는 부드러운 코튼 혼방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손끝에 닿는 느낌이 뭔가 약간 뻣뻣하고 인공적인 느낌이 강했다. ‘아, 이 정도 가격이면 이런 소재를 쓸 수도 있지’ 싶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객룩으로 입으려던 계획은 뒤로 미뤄두고

사실 이번에 옷을 산 이유는 다음 주에 있을 친구 결혼식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하객룩이라고 하면 대충 원피스 하나를 새로 사서 입고 나갔는데, 30대 중반이 되니 이제 그런 옷들이 너무 불편하게 느껴진다. 너무 화려한 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너무 캐주얼하게 입고 가면 어른들 보기에 민망할 것 같아서 늘 고민이다. 이번에 산 셔츠는 깔끔한 디자인이라 슬랙스랑 같이 입으면 딱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입어보니 어깨 라인이 살짝 어정쩡하게 떠서 생각했던 핏이 안 나온다. 거울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그냥 평소 출근할 때나 입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하객룩을 위해 다시 백화점을 가야 하나, 아니면 그냥 집에 있는 옷 중에서 적당히 골라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매번 느끼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옷 쇼핑을 온라인으로 해결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편리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가끔은 이렇게 사이즈 때문에 애매한 상황을 겪을 때면 근처 매장에서 직접 입어보고 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20대 쇼핑몰들만 가득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30대, 40대를 겨냥한 쇼핑몰들도 엄청 많아졌다. 근데 그중에서도 진짜 나랑 잘 맞는 곳을 찾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데 사이즈가 작거나, 가격은 착한데 질이 아쉽거나. 결국은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나한테 맞는 곳을 한두 군데 정착하는 게 정답인 것 같기도 한데, 매번 새로운 곳을 도전하다가 실패를 반복하는 중이다.

그냥 편한 게 최고라는 생각과 여전히 남는 아쉬움

친구들이랑 단톡방에서 이번에 산 옷 사진을 올렸더니 다들 예쁘다고 해주긴 하는데, 나만 아는 이 찜찜함은 뭘까. 소재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어깨 라인만 딱 맞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옷장에 걸어두고 나니 다음 날 출근할 때 입고 나갈지 말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아마도 내일 아침에 시간이 없으면 그냥 대충 입고 나가겠지만, 시간이 좀 있다면 아마 다른 옷을 찾고 있을 것 같다. 결국 옷 쇼핑이라는 게 다 완벽할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택배를 기다릴 때는 기대하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나 완벽하지 않은 만족감이지만, 그냥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간다고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