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정리를 하다 보니 정장만 계속 늘어난다

옷장 정리를 하다 보니 정장만 계속 늘어난다

아침마다 고민하는 40대의 현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고민이 오늘 무슨 옷을 입을까다. 예전에는 그냥 아무거나 걸쳐도 적당히 괜찮았던 것 같은데, 40대가 되고 나니 이게 참 어렵다. 너무 편하게 입으면 너무 성의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작정하고 정장을 빼 입자니 그것도 출근길에는 좀 과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얼마 전에는 코코블랙 같은 사이트를 기웃거리다가 결국 또 슬랙스랑 블라우스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사실 집에 정장 바지만 몇 벌인지 모르겠다. 색깔별로 검은색, 네이비, 차콜까지 있는데 막상 아침에 손이 가는 건 늘 입던 것뿐이다.

슬랙스 핏이 주는 미묘한 스트레스

작년에 10부 슬랙스를 한 벌 샀는데, 이게 처음에는 딱 좋더니 세탁을 한두 번 하니까 기장이 아주 미묘하게 짧아진 느낌이다. 굽이 좀 있는 구두를 신으면 괜찮은데, 운동화나 단화를 신으면 발목이 너무 훤히 드러나서 민망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 또 새 바지를 살까 고민하다가 멈췄다. 4~5만 원대면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배송비 포함해서 사다 보면 은근히 돈이 계속 나간다. 핏이 마음에 들어서 재구매하려고 해도 막상 배송받아보면 처음에 샀던 그 느낌이 아닐 때가 많아서 참 난감하다. 이런 고민을 주변에 말하면 그냥 대충 입으라고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 된다.

정장과 캐주얼 사이의 애매한 지점

중년 여성 블라우스도 마찬가지다. 너무 화려한 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기본 흰 셔츠는 관리가 너무 힘들다. 커피 한 잔 마시다가 튀기라도 하면 그날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인다. 며칠 전에는 아울렛에 가서 구경을 좀 했는데, 정장 스타일이 아무리 봐도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 가격표를 보면 20만 원이 훌쩍 넘는데, 디자인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던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결국 아무것도 못 사고 나왔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자 싶다가도, 막상 출근하려고 옷장을 열면 입을 게 없어서 또 인터넷을 뒤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쇼핑몰 순위에 휘둘리는 마음

40대 여성 의류 쇼핑몰 순위 같은 걸 검색해보면 늘 비슷비슷한 사이트들이 나온다. 들어가 보면 다들 모델들이 너무 날씬해서 내가 입으면 과연 이런 핏이 나올까 싶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문을 하는데, 사실상 성공률은 절반 정도인 것 같다. 특히 하의는 사이즈가 애매해서 반품을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두는 경우가 많다. 엊그제 산 블라우스는 어깨가 너무 끼어서 동생 줬다. 옷을 사는 게 스트레스 해소여야 하는데, 오히려 이게 쌓이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냥 무난한 게 최고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새로운 디자인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쌓여가는 옷들

결국 어제도 또 슬랙스 하나를 주문했다. 이번에는 제발 기장이 길지도 짧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옷을 고르는 기준이랄 게 딱히 없다. 예전에는 트렌드를 쫓았는데 이제는 그냥 ‘출근할 때 안 창피한 옷’이 기준이 된 것 같다. 거창하게 40대 오피스룩을 완성하겠다는 생각도 없다. 그냥 아침에 고민하는 시간만 조금 줄었으면 좋겠는데, 옷이 많아질수록 고민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 같아서 그게 제일 아이러니하다. 다음에는 정말 안 사야지 다짐하면서도, 오늘도 휴대폰으로 쇼핑몰 앱을 켜는 건 어쩔 수 없는 습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