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왜 옷장을 뒤집었나
며칠 전부터 낮 기온이 훌쩍 오르면서 아침저녁으로 입을만한 게 정말 애매해졌다. 작년에 입던 옷들을 꺼내보니 상태가 영 말이 아니었다. 소매 끝이 해졌거나, 작년엔 괜찮아 보였는데 올해 보니 유행이 지난 것 같은 느낌. 결국 주말에 백화점에 들러서 가벼운 아우터 하나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원래는 깔끔한 반팔 재킷이나 얇은 노카라 점퍼 같은 걸 생각하고 나갔는데, 막상 매장에 들어가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든 선택지들
매장에 들어가 보니 이미 여름 시즌 제품들이 잔뜩 나와 있었다. 마인드브릿지 우먼 라인에서 나오는 그런 점퍼들이 사실 가장 무난해 보이긴 했다. 사람들이 꽤 많이 찾는지, 점원분도 지금이 딱 점퍼랑 코트류 사기 좋은 시기라고 귀띔해주셨다. 삼성물산에서 나온 크리즈 방지 제품들이 유행이라길래 입어봤는데, 확실히 구김은 안 가겠더라. 하지만 나한테는 어딘가 좀 너무 사무적인 느낌이랄까. 매대를 가득 채운 옷들 사이에서 대체 어떤 게 내 일상에 딱 맞을지 고민하다 보니 한 시간은 훌쩍 지났다. 가격대는 대략 10만 원 중반에서 후반대. 솔직히 한철 입고 말 것 같은데 이 돈을 써야 하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스포츠 매장에서 길을 잃다
결국 좀 편안한 걸 찾다 보니 나이키 매장으로 발길이 향했다. 원래 목적은 예쁜 여름 재킷이었는데, 눈에 들어온 건 결국 나이키 후드 바람막이였다. 가볍고 홑겹이라 가방에 대충 구겨 넣어도 되는 그런 녀석들. 매장 안을 한참 돌아다니면서 땀도 좀 나고 짜증이 섞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쇼핑하러 나왔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 건지. 아노락 스타일의 점퍼들도 많았는데, 입고 벗기가 불편할 것 같아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사실 이런 옷들은 기능성이라 실용적이긴 하지만, 내가 원래 원했던 ‘세련된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생각보다 더 불편했던 옷 고르기
매장 조명이 너무 밝아서 그런지 옷을 입어보고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모습이 낯설었다. 분명 같은 옷인데 마네킹이 입었을 때는 예뻐 보이더니, 내가 입으면 그냥 운동하러 나가는 사람 같아 보였다. 4050 스타일링 팁 같은 걸 인터넷에서 찾아볼 때는 셔링 잡힌 화이트 점퍼가 그렇게 예뻐 보였는데, 막상 매장에서 비슷한 걸 찾아 입어보니 내 체형이랑은 잘 안 맞았다. 점원분들은 친절했지만, 계속 따라다니며 추천해주시는 게 부담스러워서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피하기 바빴다. 그렇게 2시간 정도 돌아다니고 나니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다시 집에 돌아와서 느끼는 애매함
집에 와서 사 온 바람막이를 다시 입어봤다. 백화점에서는 괜찮아 보였는데 거실 조명 아래서 보니 또 느낌이 다르다. 이거 괜히 샀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입다 보면 익숙해질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입을 옷이 완벽하게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다음번에는 그냥 온라인으로 적당히 주문해서 입어보고 반품해야 하나, 아니면 옷장에 있는 거나 잘 챙겨 입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바람막이 주머니에 영수증을 쑤셔 넣으며 생각한다. 다음번 쇼핑은 조금 더 덜 피곤했으면 좋겠는데, 아마 다음번에도 똑같이 고민하다가 시간 다 보내고 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