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쇼핑하다가 점퍼 하나 고르는데 진이 다 빠졌다

백화점 쇼핑하다가 점퍼 하나 고르는데 진이 다 빠졌다

어쩌다 보니 쇼핑몰을 세 바퀴나 돌았다

주말에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서 가벼운 아우터를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그냥 인터넷으로 마인드브릿지 우먼 라인 같은 걸 대충 찾아보려고 했는데, 막상 입어보고 사야겠다는 고집이 생겨서 굳이 타임스퀘어까지 나갔다. 요즘은 다들 간절기 자켓이다 뭐다 해서 우븐 셋업이나 바람막이 같은 걸 많이들 입는 것 같은데, 막상 매장에 들어가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마네킹에 걸려 있는 옷은 다 예쁜데 내가 입으면 왜 이렇게 부해 보이는지. 한 서너 군데 들어가서 입어보고 거울을 보는데 벌써 지쳐버렸다.

얇은 바람막이와 필드자켓 사이의 애매함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 매장도 기웃거려 봤는데, 너무 운동복 느낌이 강한 건 일상복으로 입기에 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일반 보세 매장에서 파는 자켓은 소재가 너무 얇아서 몇 번 입으면 금방 구겨질 것 같고. 요즘 트렌드가 시원하면서도 스타일을 챙기는 쪽이라는데, 구김 없이 하루 종일 쾌적하다는 ‘올데이 크리즈’ 같은 홍보 문구들이 오히려 더 고민만 깊게 만들었다.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면 적당하겠다 싶어서 찾아다녔는데, 소재감이 괜찮다 싶으면 가격이 훅 올라가고, 가격이 착하면 디자인이 너무 잠바스러운 느낌이라 선뜻 손이 안 갔다.

너무 긴 여름 때문에 더 고민이 된다

매장 직원분이 요즘은 봄 가을이 짧아서 여름까지 입을 수 있는 시어 소재 점퍼가 실용적이라고 계속 권했다. 헤지스 매장에서 본 얇은 하이넥 점퍼가 딱 그런 느낌이었는데, 20만 원 초반대였나. 예쁘긴 한데 이걸 정말 한여름까지 입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막상 사놓고 나면 그냥 장롱 속에 처박아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는 봄 가을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냥 여름 아니면 겨울인 것 같아서 옷을 고르는 기준도 참 애매해졌다. 결국 고민만 하다가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푸드코트에서 밥만 먹고 나왔다.

그냥 집에 있는 걸로 버텨보기로 했다

집에 와서 옷장을 열어보니 몇 년 전에 산 낡은 점퍼가 하나 걸려 있었다. 예전에 10만 원도 안 주고 샀던 것 같은데, 사실 이게 더 손이 자주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새로 산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내 스타일이 바뀌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녔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며칠 뒤면 또 기온이 바뀔 텐데, 새로운 옷을 찾는 과정 자체가 요즘은 좀 피로하게 느껴진다. 다음에 나갈 때는 정말 필요한 게 있을 때만 딱 사서 나와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아마 다음 주말이 되면 또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쇼핑몰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