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쇼핑몰에서 덜컥 사버린 치마가 영 어색해서

백화점 쇼핑몰에서 덜컥 사버린 치마가 영 어색해서

옷장 속에 방치된 갈색 H라인 스커트

지난달쯤이었나, 평소 즐겨 찾던 40대 여성 쇼핑몰에서 갈색 H라인 치마를 하나 샀다. 모델 컷을 보니 차분한 분위기에 딱 내가 원하는 무릎 아래 기장이길래 고민 없이 결제했다. 가격은 6만 8천 원 정도였는데, 받아보니 생각보다 원단이 얇고 생각보다 너무 딱 달라붙더라. 예전에는 이런 핏이 깔끔해 보여서 즐겨 입었던 것 같은데, 거울 앞에 서니 왠지 모르게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특히 허리 뒷부분의 지퍼가 잠기기는 하는데 숨을 쉬기가 조금 곤란한 정도랄까. 50대 언니들이 늘 하는 말이, 이제는 편한 게 최고라던데 내가 괜히 무리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객룩으로 입어볼까 고민하다가

친한 직장 동료 결혼식이 있어서 그때 한번 입고 가볼까 싶어 꺼내봤다. 집에 있는 흰색 블라우스랑 매치해 보니 제법 격식은 갖춰진 느낌이었다. 근데 문제는 활동성이었다. 평소에 바지만 입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H라인 스커트를 입으니 보폭을 넓게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마다 치마가 팽팽해지는 느낌이라 괜히 불안해서 손으로 치마 끝을 살짝 잡고 올라가야 했다. 예전 20대 때는 이런 불편함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던 것 같은데, 이제는 옷 때문에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서는 게 영 피곤하게 느껴진다.

스타킹 하나 고르는 것도 눈치가 보여

요즘 날씨가 애매해서 스타킹을 신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다. 20대 때는 치마 입을 때 스타킹이 당연한 세트였는데, 요즘은 맨다리로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서 괜히 나만 유난 떠는 건 아닌지 싶어 망설여진다. 그래도 아직은 살짝 쌀쌀하니까 얇은 커피색 스타킹을 신었는데, 이게 또 햇빛 아래서 보니 너무 번들거려 보여서 급하게 집에 돌아와 살색에 가까운 무광 스타킹으로 갈아 신었다. 옷 하나 제대로 챙겨 입기가 왜 이렇게 예전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다.

플리츠나 통바지가 자꾸 눈에 들어오는 이유

결국 그날 결혼식은 원래 입던 검은색 슬랙스를 입고 갔다. 사놓은 갈색 치마는 결국 옷걸이에 걸린 채로 며칠째 그대로다. 요새는 인스타그램이나 쇼핑몰 광고를 봐도 예전처럼 딱 붙는 H라인보다는 통이 넉넉한 바지나 플리츠 스커트 쪽으로 자꾸 눈길이 간다. 얼마 전 홍진경 씨가 나오는 영상을 봤는데, 40대 후반이 되어도 사랑스러운 스타일을 도전해보는 모습이 보기 좋긴 하더라. 하지만 막상 내가 입으면 철딱서니 없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다시 쇼핑몰 앱을 켠다

오늘도 퇴근길에 습관처럼 쇼핑몰 앱을 켰다.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다시는 인터넷으로 옷 안 사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편해 보이는 밴딩 스커트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50대 여성 옷들도 찾아보니 의외로 디자인이 다양해서 놀랐다. 예전에는 50대 옷이라고 하면 왠지 꽃무늬 셔츠만 떠올렸는데, 지금은 체형을 보완해주면서도 세련된 실루엣의 옷들이 정말 많다. 이번에 산 치마는 당근마켓에 올리든 지인에게 주든 빨리 처리해야겠다. 옷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괜히 신경 쓰이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내일은 좀 더 편한 옷을 입어야지 생각하면서도, 또 예쁜 디자인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는 게 사람 마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