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대에 맞는 옷을 찾으려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헤매다 결국 빈손으로 온 날

나이대에 맞는 옷을 찾으려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헤매다 결국 빈손으로 온 날

나이가 들면서 예전 옷들이 어색해지는 시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 문을 열면 한숨부터 나온다. 분명 작년에도 뭔가를 사 입었던 것 같은데, 지금 꺼내 입어보면 왠지 모르게 후줄근하고 나이에 안 맞아 보인다. 30대 후반을 지나 40대로 접어드는데, 옷 스타일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매번 헷갈린다. 인터넷에 40대남자옷을 검색해 보면 죄다 너무 포멀한 비즈니스 캐주얼이거나, 아니면 20대남자옷처럼 너무 힙한 스타일뿐이라서 중간을 찾기가 어렵다. 주말에 친척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어 남성하객룩으로 입을 만한 적당한 남자상의와 단정한 바지를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뒤적거리다 보니 직접 입어보지 않으면 핏을 알 수 없을 것 같아 오랜만에 오프라인 매장으로 나가기로 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르켓 매장에 들어가서 느낀 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새로 오픈했다는 아르켓(ARKET) 매장으로 향했다. 국내에 매장이 몇 개 없다고 들었는데 마침 가까운 곳에 생겼다길래 궁금하기도 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타임스퀘어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데만 거의 30분이 걸렸다. 주차장 입구부터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피곤한 상태였다. 매장은 생각보다 넓고 남성 의류뿐만 아니라 여성복, 홈웨어까지 섞여 있어서 정신이 좀 없었다. 스웨덴 브랜드 특유의 깔끔하고 미니멀한 톤을 기대했는데, 막상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보니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기본 티셔츠나 얇은 셔츠 같은 남자상의 종류는 꽤 다양했지만, 가격대가 티셔츠 한 장에 4만 원에서 7만 원 선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핏이라는데 어깨 라인이 너무 떨어져서 내가 입으면 그냥 늘어난 옷 입은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요즘 유행한다는 데님 셋업과 애매한 기장의 바지들

매장을 둘러보다가 최근 SNS에서 자주 보였던 남자데님셋업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위아래 청청으로 맞춰 입는 게 다시 유행이라는데, 20대들이 입으면 멋스럽겠지만 내가 입으면 괜히 무리한 아저씨처럼 보일까 봐 걱정됐다. 자켓이 대략 15만 원, 바지가 10만 원 초반대라 셋업으로 맞추면 20만 원 중반이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탈의실 대기 줄이 길어서 15분 정도 기다린 끝에 입어봤는데, 거울 속 내 모습이 생각보다 너무 헐렁해서 어색했다. 어깨는 맞는데 품이 너무 넓어서 요즘 유행하는 핏이라기보다는 그냥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느낌이었다. 바지도 요즘 많이 입는다는 남자8부바지 스타일의 약간 짧은 크롭 데님을 입어봤는데, 종아리 중간쯤에 걸치는 애매한 기장 때문에 다리가 더 짧아 보였다. 남성8부바지는 체형을 많이 타는 것 같다. 결국 그냥 벗어서 원래 자리에 내려놓았다.

백화점 남성복 코너에서 마주한 가격의 벽

아르켓에서 나와서 근처 신세계백화점 남성복 층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섬 계열의 시스템옴므나 솔리드옴므 같은 브랜드들을 둘러봤다. 확실히 원단도 좋고 핏도 딱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가격표를 볼 때마다 흠칫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가을용 아우터 하나가 60만 원이 넘었고, 셔츠나 바지까지 세트로 맞추면 100만 원은 가볍게 깨질 것 같았다. 매장 직원은 이번 시즌 새로 나온 컬렉션이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지만 가격표를 보니 조용히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남자명품정장만큼은 아니더라도 적당히 격식 있는 자리에 입고 갈 옷을 찾으려던 건데, 백화점 브랜드의 가격은 평범한 직장인이 가볍게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길거리에 흔한 보세 매장이나 저가 스파 브랜드로 가자니, 한 번 세탁하면 목이 늘어나는 재질이라 몇 번 입지도 못하고 버릴 게 뻔했다. 도대체 다들 남자옷사는곳을 어디로 정해서 다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돌아온 주말의 끝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한 채로 푸드코트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주차 요금을 할인받으려면 결제 금액이 필요해서 결국 지하 마트에서 생필품만 몇 개 사서 나왔다. 쇼핑몰에서 보냈던 세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편하게 동네에서 입을 남자트레이닝바지나 하나 사 올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내 체형에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안목이 점점 퇴화하는 느낌이다. 다음 주 결혼식에는 그냥 집에 있는 오래된 슬랙스에 셔츠를 대충 다려 입고 가야 할 것 같다. 옷 고르는 일이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었는지 새삼 깨달은 하루였다. 딱 마음에 드는 스타일과 가격의 타협점을 찾는 건 여전히 어렵고 귀찮은 숙제처럼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