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쇼핑 리스트에 추가된 바람막이
며칠 전 갑자기 아침 기온이 뚝 떨어져서 깜짝 놀랐다. 분명 지난주까지만 해도 반팔을 입고 다녔던 것 같은데, 이제는 긴팔 없이는 도저히 못 나가겠더라. 옷장을 열어보니 작년에 입던 옷들이 다 왜 이렇게 낡아 보이는지 모르겠다. 평소에 옷을 자주 사는 편은 아닌데, 이번에는 정말 안 되겠다 싶어서 퇴근길에 롯데백화점 본점에 들러서 이것저것 구경했다. 사실 목적은 50대 바람막이 검색하다가 본 깔끔한 브랜드 제품 하나 장만하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헬륨500과 고민하다가 결국 선택한 기준
데카트론 매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헬륨500 같은 제품들이 사실 가성비가 좋은 건 안다. 예전에 용산점에 갔을 때 직원분이 러닝용으로 투인원 집업 바지랑 세트로 입으면 좋다고 하길래 혹했던 적이 있다. 가격대도 8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로 생각보다 합리적이라 고민이 깊어졌다. 그런데 막상 매장에서 입어보니 내가 평소에 입는 스타일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운동복 느낌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결국 나는 좀 더 일상복처럼 툭 걸칠 수 있는 스타일을 찾게 되었다. 등산우비 느낌이 나지 않으면서도 방풍 기능은 확실한 그런 애매한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입어보고 나니 생기는 새로운 고민
여성 등산 바람막이라고 나온 것들은 색감이 너무 화려하거나, 아니면 아예 아노락 반팔 스타일이라서 코디하기가 애매했다. 딥 틸이나 페일 민트 같은 색깔은 예쁘긴 한데, 내가 과연 이걸 매일 입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거울 앞에 서서 30분 넘게 이것저것 걸쳐보면서 ‘이거다’ 싶은 게 없어서 결국 빈손으로 나올 뻔했다. 점원이 다가와서 이게 요즘 제일 인기 있는 초경량 모델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을 들으니까 괜히 더 고르기가 힘들어지는 청개구리 심보가 생기는 건 왜일까.
가격과 효율 사이에서 길을 잃다
결국 마지막에 집어 들고 나온 건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히지 않은 무난한 검은색 바람막이였다. 가격은 대략 19만 원 정도였는데, 이게 정말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건지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5만 원짜리도 수두룩한데, 굳이 백화점 브랜드 제품을 샀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바람막이 제작 공정이 다 거기서 거기라던 친구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그래도 일단 사 왔으니 이번 주말에 한강 산책 나갈 때 입어보긴 할 건데, 막상 입고 나가서 다른 사람들 옷이랑 비교해보면 마음이 또 바뀔지도 모른다.
왠지 모를 찝찝함과 남은 궁금증
집에 와서 옷을 다시 입어보니 소매가 아주 조금 긴 것 같기도 하고, 지퍼 올리는 느낌이 약간 뻑뻑한 게 신경 쓰인다. 교환하러 가야 하나 싶지만, 다시 백화점까지 나갈 생각을 하니 벌써 피곤하다. 다음에는 그냥 고등학생들이 입는다는 가성비 브랜드나 기웃거려 볼까 싶기도 하고. 사실 옷이라는 게 입다 보면 익숙해지는 거겠지만,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항상 조금 더 고민해 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바람막이 하나 샀을 뿐인데 뭐 이렇게 생각이 많은지 모르겠다. 다음에 더 추워지면 그때는 또 경량 패딩 고민을 시작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