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 에어컨 바람 때문에 산 나이키
지하철을 타거나 카페에 들어가면 이상하게 나만 추위를 탄다. 남들은 다 시원하다고 반팔에 반바지 입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나만 덜덜 떨면서 가방 안에 챙겨둔 얇은 옷을 찾는 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제대로 된 걸 사보겠다고 나이키 매장에 들어갔다. 원래는 좀 저렴한 보세 제품을 살까 했는데, 매번 세탁기 돌리고 나면 지퍼가 고장 나거나 소매가 쭈글쭈글해지는 게 지겨웠다. 나이키 런디비전 라인이 가볍고 휴대하기 좋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듣고 간 거였는데, 가격표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대충 15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였던 것 같다. 바람막이 하나에 이 가격이 맞나 싶었지만, 그래도 한번 사면 몇 년은 입겠지 싶어서 그냥 결제했다.
생각보다 얇아서 놀란 시스루의 세계
집에 와서 입어보니 소재가 정말 얇았다. 거의 피부가 다 비치는 시스루 스타일이라 이걸 입는다고 따뜻해질까 의심부터 들더라. 근데 신기하게도 살에 닿는 느낌이 차갑지 않다. 특히 팔 부분에 닿는 감촉이 나쁘지 않다. 너무 비닐봉지 같은 느낌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막상 입고 나가니 생각보다 통기성이 좋아서 땀이 차지는 않았다. 문제는 디자인이다. 내가 너무 스포티한 것만 골랐나 싶기도 하고, 막상 입으면 운동하러 가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걱정했다. 그냥 무심하게 툭 걸쳐야 하는데 괜히 거울 앞에서 요리조리 살피게 된다. 거창 감악산이나 좀 쌀쌀한 곳 여행 갈 때나 챙겨야 할 옷을 벌써부터 데일리로 입고 있으니 좀 웃기기도 하다.
중무장하고 산책 나가는 길
요즘 밤 산책 나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나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여성분들이 비슷한 복장이다. 날벌레 때문에 모자 뒤집어쓰고 바람막이까지 챙겨 입은 아주머니들을 마주치면 괜히 동질감이 든다. 전기 파리채를 들고 휘두르는 그 모습이 사실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퇴근하고 나면 습하고 더운데, 에어컨 센 곳에 있다가 나오면 갑자기 한기가 들어서 얇은 겉옷 없이는 외출이 안 된다. 예전에는 멋도 좀 부려보려고 가디건 같은 걸 입었는데, 이게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다. 보풀도 잘 생기고 부피도 커서 가방에 안 들어간다. 결국 남는 건 기능성 바람막이뿐인 것 같다. 멋이고 뭐고 그냥 안 추운 게 최고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차 안에서 겪는 뜻밖의 불편함
가끔 지인 차를 얻어 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꼭 물어본다. 에어컨 좀 낮춰줄 수 있냐고. 근데 운전자는 운전하다 보면 덥거든. 그래서 나 혼자 뒷좌석에서 담요를 덮거나 이 바람막이를 끝까지 잠그고 웅크리고 있다. 차 안에서까지 이렇게 챙겨 입어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차라리 얇은 조끼 같은 걸 하나 더 살까 고민 중이다. 사실 바람막이도 땀 좀 나면 등 뒤에 달라붙는 그 느낌이 썩 유쾌하진 않다. 그렇다고 안 입으면 바로 감기 기운이 올라오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무거운 코트 입는 계절보다는 낫다고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왠지 모르게 여름 내내 이 옷을 들고 다녀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결국 선택의 기준은 실용성인가
스노우피크나 다른 브랜드 매장을 구경 가 봐도 결국 손이 가는 건 가장 가벼운 것들이다. 요즘은 시스루 스타일로 예쁘게 나오는 게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예전처럼 촌스러운 형광색 바람막이만 있던 시절과는 다르니까. 그래도 여전히 고민이다. 다음에 또 옷을 산다면 좀 더 넉넉한 사이즈로 살걸 그랬나? 아니면 아예 색깔을 좀 더 밝은 것으로 골랐어야 했나? 15만 원이나 주고 산 건데, 매일 입고 다니니 뽕을 뽑는 거겠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더 세련된 걸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 내년 여름에도 나는 또 비슷한 옷을 고민하며 백화점 매장을 기웃거리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