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가죽 자켓이 세 벌이 되었다
원래는 깔끔한 기본 디자인의 검은색 가죽 자켓 하나만 있으면 가을이랑 초겨울까지는 거뜬히 나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생각보다 만만한 게 아니더라. 처음에는 비건 레더로 된 가벼운 노카라 자켓을 샀는데, 이게 싼값에 멋 부리기엔 좋지만 입을 때마다 뽀득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다. 결국 얼마 못 입고 당근에 내놓았다. 그러고 나니 다시 제대로 된 가죽을 찾게 되더라고.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리다가 30만 원대 초반의 이태리산 염소가죽 자켓을 하나 주문했는데, 이번에는 사이즈가 문제였다. 어깨는 딱 맞는데 소매가 길어서 팔을 걷어 올리지 않으면 영락없는 아빠 옷 뺏어 입은 느낌이었다. 수선집에 가야지 생각만 한 달째 하고 있다.
넷플릭스 보다가 꽂힌 그 느낌이 안 난다
최근에 ‘솔로지옥’ 보면서 박해린이 입고 나온 그 올 블랙 룩이 너무 예뻐 보였다. 크롭 기장에다가 가죽 숏 팬츠까지 매치해서 스파이 영화 주인공처럼 입고 나오는 걸 보는데, 저거라면 나도 좀 달라 보이지 않을까 싶더라. 그래서 급하게 집에 있는 데님 자켓이랑 비슷한 실루엣을 찾아봤는데 가죽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소재 자체가 뻣뻣해서 그런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내가 옷을 입은 게 아니라 옷이 나를 통제하는 기분이다. 가죽 숏 팬츠는 차마 시도할 엄두도 안 나고 그냥 기존에 있던 청바지에 대충 걸쳐봤는데, 거울 볼 때마다 어딘가 2% 부족한 느낌이라 결국 사진만 찍고 바로 벗어 던졌다.
그레이 자켓과 가죽 사이의 미묘한 고민
사실 가죽 자켓 말고 그레이 톤의 울 자켓도 하나 고민 중이다. 가죽은 확실히 임팩트는 있는데 매일 입기엔 좀 부담스럽다. 카페 갈 때나 잠깐 나갈 때도 가죽은 너무 각 잡고 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이럴 때 그냥 무난하게 그레이 자켓이나 입을걸 싶다가도, 또 막상 길거리에 가죽 자켓 멋지게 입은 사람 마주치면 괜히 내 옷장이 초라해 보이고 그렇다.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라 싼 거 사면 금방 해질까 겁나고, 비싼 거 사면 관리할 자신이 없다. 어차피 가죽은 세탁소에 맡기는 것도 일인데, 겨울 오기 전에 한 번은 입어야지 싶어서 주말마다 옷장에서 꺼내보지만 결국 다시 집어넣게 된다.
쇼핑의 굴레에서 못 벗어나는 이유
결국 돌고 돌아 노카라 자켓이나 좀 더 얇은 블라우스 위에 가볍게 걸칠 만한 아우터를 찾고 있다. 가죽 자켓이 사실 코디하기엔 제일 까다로운 아이템이 아닌가 싶다. 청바지에 흰 티만 입어도 완성된다는 말은 다 모델들 이야기인 것 같다. 오늘 성신여대 근처 나갔다가 카페 들러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사람들을 구경했는데, 가죽 자켓 입은 여자분들이 참 많더라. 나만 입으면 왜 이렇게 어색한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20만 원 중반대의 남성용 가죽 자켓이 핏이 예쁘다는 후기를 보고 그것도 기웃거렸다. 이러다 가죽 자켓 컬렉션만 쌓일 것 같아서 일단 이번 달은 카드값 생각하면서 참아보기로 했다. 참는 게 해결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 어정쩡한 상태로 가을을 그냥 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