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조금씩 선선해지면 옷장에서 가을 옷을 꺼내게 된다. 보통 9월 중순에서 10월 초 사이가 되면 얇은 셔츠만으로는 부족해지고 자연스럽게 아우터를 찾게 되는데, 매년 이맘때면 어떤 스타일의 자켓을 입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바쏘 같은 브랜드에서 나오는 가죽 자켓이나 스웨이드 소재는 확실히 가을 분위기를 내기에 좋지만, 관리 측면에서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게 사실이다. 특히 스웨이드 자켓은 비를 맞으면 얼룩이 지기 쉽고, 관리를 제대로 안 하면 가죽 표면이 금방 딱딱해지거나 갈라지는 현상이 생겨서 날씨 예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입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요즘은 활동성을 고려해서 아노락 세트나 가벼운 바람막이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바람막이는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아 가벼운 비바람을 막아주는 데 효과적이다. 보통 10만 원대 중반에서 20만 원대 가격이면 충분히 괜찮은 제품을 구할 수 있는데, 너무 얇은 바람막이는 안에 받쳐 입는 옷에 따라 핏이 무너지기 쉬우니 어느 정도 원단에 힘이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반면, 격식 있는 자리나 출근룩이 필요할 때는 여전히 린넨 소재나 얇은 혼방 소재의 자켓이 유용하다. 여름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너로 셔츠를 받쳐 입으면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가장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이 된다.
체구가 작은 편이라면 자켓의 기장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장이 엉덩이를 덮을 정도로 길어지면 오히려 키가 더 작아 보일 수 있어서, 골반 라인에 딱 떨어지는 크롭 기장의 자켓이나 점퍼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 비율 면에서 유리하다. 최근 유행하는 크롬하츠 후드집업 같은 아이템은 힙한 느낌을 주기엔 좋지만, 막상 출근이나 단정한 자리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코디하기가 까다로울 수 있다. 그래서 데일리로 활용할 때는 기본 컬러의 남성 정장 바지와 함께 입을 수 있는 깔끔한 셔츠나 얇은 가디건 조합을 먼저 고민하게 된다.
직접 옷을 입어보고 쇼핑을 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은 바로 어깨선이다. 요즘 오버핏이 유행이라고 해서 무작정 큰 사이즈를 고르면 어깨선이 처져서 전체적으로 옷을 빌려 입은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어깨 끝부분이 딱 맞거나 아주 살짝 여유 있는 정도가 가장 단정해 보인다. 또한, 자켓을 구매할 때 단추의 견고함이나 지퍼의 부드러움도 꼭 확인해야 한다. 매번 입고 벗을 때마다 뻑뻑한 지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생각보다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죽이나 스웨이드 제품은 이 부분의 마감이 전체적인 옷의 수명과 직결되기도 한다.
사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화려한 아이템을 조합하는 것보다 본인의 체형에 맞는 소재와 기장을 찾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다. 가을 아우터는 겨울 패딩처럼 무겁지 않으면서도 계절감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아이템이라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옷을 사야 한다면, 당장의 트렌드보다는 내 옷장에 있는 기본 바지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먼저 체크해보길 권한다. 정장 바지에도 어울리고 데님 팬츠에도 무난하게 매치되는 네이비나 차콜 계열의 자켓 하나만 잘 골라도 가을 내내 고민을 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