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방을 바꾸고 싶다는 아주 사소한 이유
사실 대단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출근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유독 초라해 보였을 뿐이다. 평소에는 대충 캔버스 천으로 된 쇼퍼백을 들고 다녔는데, 이게 내용물이 많아지면 축 처지면서 모양이 안 예쁘게 잡힌다. 주변 30대 여성들을 보면 다들 적당히 각 잡힌 미니 숄더백이나 크로스백을 하나씩 메고 다니던데, 나만 너무 학생처럼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래서 퇴근길에 롯데백화점 본점에 들러서 가방을 한참 구경했다.
20만 원대에서 타협을 시도했다
명품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고, 딱 20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의 가죽 가방을 찾고 있었다. 처음에는 인조가죽 가방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저렴한 브랜드 위주로 봤는데, 확실히 실물을 보니까 느낌이 좀 다르긴 했다. 가죽 특유의 그 묵직한 질감이 주는 안정감이랄까. 그러다 무난해 보이는 브랜드를 골라 끈 조절을 해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불편했다. 매장 직원은 친절했지만, 30분 넘게 이것저것 메보고 거울 보기를 반복하니까 나중에는 그냥 아무거나 사서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크로스백이 주는 의외의 불편함
사실 가방을 살 때 나는 단순히 스타일만 생각했다. 그런데 예전에 뉴스에서 본 사건이 갑자기 떠올랐다. 직장 내에서 누군가 크로스백 끈을 잡아당겨서 불쾌감을 줬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가방이라는 게 결국 내 몸에 밀착되는 물건이다 보니, 괜히 그런 게 떠오르니까 마음 한구석이 찝찝해졌다. 너무 긴 끈은 오히려 타인의 손이 닿기 쉽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걱정도 들고. 결국 끈 길이 조절이 자유롭고 몸에 딱 붙는 형태의 미니 크로스백 위주로 다시 살펴봤다.
쇼핑은 왜 늘 숙제처럼 느껴질까
결국 고민 끝에 25만 원 정도 하는 브라운 컬러의 크로스백을 하나 골랐다. 집에 와서 보니까 매장에서 봤던 느낌이랑 또 미묘하게 달라서 한숨이 났다. 조명 탓인지, 아니면 그냥 내 마음이 변한 건지 모르겠다.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아무거나 들고 다녀도 신경 안 썼는데, 이제는 가방 하나 고르는 것도 왜 이렇게 일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가방을 메고 외출하는 게 즐거워야 하는데, 그냥 ‘출근용 아이템’을 하나 장착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가방 고민
어제는 가방에 노트북이랑 파우치를 다 넣었더니 너무 무거워서 어깨가 뻐근했다. 예쁜 미니백들은 수납력이 문제고, 쇼퍼백은 스타일이 안 살고, 적당한 중간 지점이라는 게 이렇게 찾기 어려운 건지. 30대 여성 가방 브랜드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것들은 다 비슷비슷해 보여서 이제는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다음번에는 그냥 좀 더 가벼운 소재로 눈을 돌려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지금 있는 거나 잘 들고 다닐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이 작은 가방 하나 산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고민을 했는지, 지금도 책상 옆에 놓인 가방을 보면서 참 애매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