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같은 분을 만났습니다.

지난 주말 와이프가 수지 사는 친구네 가서 하룻밤 자고 온대서 기꺼이 데려다주었습니다. (아이 절거워)

주차공간 빠듯하고 지상도로는 간신히 차 두 대가 교차할 정도로 좁은, 뭐 그런 흔한 구축단지였는데,

와이프를 올려다주고 내려와보니 좁은 주행로에 택배트럭이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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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새발 그림 죄송합니다 ㅠ

제 차가 1번, 택배트럭이 3번입니다.

처음 딱 봤을 때엔 이거 안 되겠다 싶다가도, 다음 행선지(세차장)로의 이동시간이 살짝 촉박해서 와리가리하면서 빼봐야겠다 싶었는데, 이게 결과적으로는 패착이었습니다.

바로 옆 주차칸에 있던 2번 차량이 모닝이어서 공간이 될 수도 있겠지? 하면서 최대한 화단에 붙인 후에 돌리고 두어번 와리가리했는데,

운전석쪽 후륜이 모닝의 오른쪽 전면범퍼에 붙었더라구요 ㅠ

이 때까지도 상황파악이 안 돼서 조금 와리가리하는데 뭔가 타이어 미끌리는 소리도 나고 이상하다 싶어 내려서 보니 이미 긁긁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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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순간 몇 초 동안 사고가 정지했고, 아닐 거야 원래 있던 흠집이었을 수도 있어 하며 현실부정단계를 거쳐,

제 휠에 없던 가로 흠집을 발견하고서는 좌절의 단계로..ㅠㅠ

한 2분 정도를 그렇게 보내다가 정신을 차려서 연락처를 찾아보는데 없길래 관리사무소를 뛰어갔지만 주말이라 문이 잠겼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메모를 남기고 성수동의 세차장을 거쳐 영등포 집으로 온 후에도 주말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와이프 친구는 혹시 연락처를 보고 사기꾼이 장난칠 수 있다며 본인 연락처로 메모를 교체하고,

관리사무소에서는 개인정보라며 피해차주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며, 그럼 관리소장님이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신경을 많이 써줬습니다.

그렇게 토요일 오후3시쯤 사건(?) 발생 후 이틀이 꼬박 지나 월요일 오후 6시가 다 되어서야 와이프 친구와 연락이 닿았고

번호를 전달받아 연락을 드렸는데,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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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이 선생님..수리비를 받지 않겠다는 것도 모자라서 연락 줘서 고맙다니요 ㅠㅠ

전생에 부처님이셨나요?!

도무지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입 싹 닫고 지나갈 수가 없어서 소소하게 마트 상품권 보내드렸습니다.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합니다. 긁고 튀었다면 아마 참교육 당했을 듯..

여차저차 해피엔딩(사실 모닝 차주분은 하나도 안 해피하심 ㅠ) 이긴 한데,

그제서야 저 자신에게 빡침이 올라옵니다.

1. 아니 그걸 못 빼?

2. 아니다 딱 보면 빠질 각인지 아닌지 몰라?

3. 택배차 기사 올 2분을 못 기다려서 사고를 쳐?

후우..이 찝찝한 마음은 며칠 더 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