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의 공격, 삼성전자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삼성전자는 첨단 칩 경쟁에서 TSMC에 여전히 뒤처진 상태다’ ‘3나노 경쟁의 핵심인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에서 TSMC는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 ‘TSMC가 삼성을 제치고 올해 칩 투자 1위를 유지할 것이다’
대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아시아가 최근 두 달 새 보도한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관련 기사 제목이다. 특히 대만 디지타임스의 경우 올해 초부터 ‘삼성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서 TSMC를 이기고자 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2030년까지 TSMC 추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이 TSMC를 제압하는 데 도움이 될까’ 등 삼성전자에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TSMC에는 유리하면서도 삼성전자에는 불리한 내용만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대만 매체의 이런 모습은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타이완뉴스, 포커스대만, 차이신글로벌 등이 삼성전자가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공정 양산을 시작한 지난 2018년부터 비슷한 기사를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이 수율 문제를 겪고 있다’ ‘TSMC보다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기술은 1~2년 이상 뒤처져 있다’ 등 내용도 비슷하다. 결국 삼성전자는 TSMC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만 매체가 삼성전자 때리기에 사활을 거는 건 대만의 기형적인 산업 구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대만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반도체 의존율이 높다는 한국이 20%인 걸 고려할 때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망보다 1%포인트 오른 것도 반도체 시장이 예상을 웃도는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만에 반도체는 없어서는 안 되는 생존과 관련된 산업이다.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삼성전자 때리기의 또 다른 이유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대만 내부에서는 ‘중국도 우리를 침공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만 정부는 우호적인 매체를 통해 국민 불안을 낮추는 방법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건드리면 TSMC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업계 2위 미디어텍 같은 글로벌 기업이 큰 피해를 보게 되는데, 자국 IT 산업이 타격을 입는 걸 두고 볼 수 없는 미국과 일본, 유럽이 선제적으로 중국을 견제해 줄 것이라는 논리다. 이런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대만 매체들은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비판하거나, 삼성전자가 미디어텍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등의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
우려스러운 건 이런 행태가 대만을 넘어 미국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자 미국 매체들은 일제히 삼성전자(TSMC 포함)에 부정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TSMC의 가장 큰 위협은 인텔의 부활이 아닌 삼성이다’(블룸버그)라며 서로 싸움을 붙이고, ‘인텔이 삼성전자를 따라잡고 지배력을 되찾는 법’(CNBC)을 상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GSM아레나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5㎚ 수율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한국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국내 매체들 역시 수율 문제나 경쟁사에 고객사를 빼앗긴 일 등 확인되지 않은 외신 보도를 단편적으로 번역해 보도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율은 반도체 업체의 가장 큰 영업 비밀이다”라며 “대부분이 알 수 없는 비밀을 매체들이 40%니, 50%니 보도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다”라고 했다.
앞으로도 삼성전자에 대한 외신과 외국 자본의 공격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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