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분들, 집값 때문에 결혼 문제 생기신 분 없나요?

클리앙 분위기에 이런 글 쓰는게 무섭지만..

그냥 오늘 아파트 보러 다녀왔다가 현타가 와서 글 남깁니다.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누구한테 하소연이라도 안하면.. 엄청 답답할 것 같아서요.

오래 만난 여자친구가 있는데, 작년 쯤 결혼 하려했습니다.

그리고 준비하던 시즌에.. 아래와 같은 시세표를 아파트 돌며 대략 작성을 해놨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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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날짜는 지웠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름대로 가구/가전까지 알아보고.. 스케줄도 알아보고.. 꽤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코로나 + 여자친구의 타지역 파견/전보 신청 모두 실패 + 저희 할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결혼을 연기 됐어요.

사실혼 관계에 가까울 정도로 관계가 가까워서..(양가 부모님들 서로 다 친하시고, 저희는 양가 집안에서 서로 자고 가기도 할 정도로.)

급할거 없이 일 천천히 풀리는데로 결혼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저는 집이 오르기전에 제 돈 + 여자친구 돈해서 3억짜리 구축 20평대 매매나..

대출 받아서 덜구축 30평대 매매를 하자고 주장했었고..

여자친구나 저희 부모님은 반대를 했어요.

집값 내려간다고, 정부 방향도 그렇고, 대통령도 뜻도 그러니 기다리면 내려간다고.

설사 오르더라도 몇억씩 오르진 않는다. 그만큼 준비해서 모으면 되니까, 급하게 하지말자. 이런 의견이 강했어요.

이때 어머니가 분양받아서 구매한 동네 아파트가 최고점 찍고 난 이후라서, 더 그러셨죠.

(어머니는 이 때 팔고 옆동네 아파트를 샀는데 그게 또 한 4억 정도 올랐네요.)

아무튼, 이 때 집을 사놨어야하는데..

부모님이나 여자친구 반대가 심해서 넘어갔습니다.

그러다 서서히 집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몇 개월만에 3-4천 올라서.. 이것도 속쓰리지만 지금이라도 사자고 했어요.

부모님도, 여자친구 설득도 많이 했고요.

근데 제가 졌어요.

정부에서 가만히 안놔둔다, 대통령 뜻이 있다, 정부 방향이 그렇다. 그 생각이 다들 너무 강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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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한참을 부동산 안알아봤어요.

볼 때마다 천만원, 이천만원씩 오르니까..

근로 의욕도 떨어지고, 결혼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고.. 그냥 다 짜증나더라고요.

여자친구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데..

그냥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어디까지 오르는건지, 결혼할 때 오른 가격으로 사야하는건지.. 전세를 한 번 돌아야하는건지..

그래서 일하는 중에도 드문드문 부동산 생각나고 해서.. 그냥 아예 관심을 끊었습니다.

그러고 저희 할아버지가 떠나시고, 여자친구도 타지역 근무가 가시화되면서..

다시 원래 신혼 차리려 했었던 동네를 찾아봤어요.

그리고 어제, 오늘 다시 부동산을 돌았는데..

1년만에 매매가가 전부 3억씩은 올랐더라고요.

전세도 몇 천~1억 이상 올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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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씌우려고 네이버 카페앱 이미지 편집기 이용했더니 제 아이디 워터마크가 떠서 중간에 모자이크 걸었습니다.)

노란색이 작년에 부동산 돌고, 웹으로 알아보며 썼던 금액이고..

주황색이 어제 오늘 알아보며 쓴 금액인데..

그나마 노란색 금액은 일부러 여유있게 평균 가격에서 살짝 높은 가격을 적은 것이고..

지금은 평균 가격에서 낮은 가격만 적은건데도... 너무 많이 올랐더라고요.

머리가 아픕니다..ㅠㅠ

여자친구 쪽 부모님은.. 차라리 올랐으니.. 덜오른 자기네 지방으로 오는게 어떠냐 그러시고.. (근데 거기도 다 올랐어요.. 단지 아파트 가격 자체가 제가 알아본 동네보다 낮은거지..)

저희 부모님은 어차피 코로나도 심해졌으니.. 좀 안정될 때 까지 더 기다려보자 하시고...

여자친구는 미안하다고.. 그 때 반대해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이대로 집값 놔두진 않을테니 전세살면서 기다려보자하고요.

물론.. 결혼은 할겁니다.

여자친구 많이 사랑하고, 반대로 제 판단이 틀려서 집값이 내려갈수도 있었으니.. 뭐 누굴 탓하고 원망하고 그러진 않아요.

여자친구도 제 말 따라 집 사서 떨어졌어도, 원망하고 탓하고 그러지 않았을 거고요.

그냥.. 기분이 많이 허탈하네요.

너무 허탈해서..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할 의지도 없고..

누굴 원망하고 탓하기도 싫고요..

그냥 제가 강하게 판단해서 밀어붙였어야하는데.. 제 잘못이니..

근데.. 너무 우울하고 허탈해서 어디에라도 하소연하고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제가 결혼이 늦은 편이라 그런지, 주위는 다들 일찍 결혼하고 집 사서 이런 걱정에선 자유로운데다가..

직장에서도 요새 집값 얼마 올랐다 매번 자랑하며..

"몇년 늦게 결혼했으면 A 못살고 B,C에서 살았어야 했다.. 이런 말들을하니까.."

거기다 대고 뭐라 말을 하지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온라인에라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