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용 가방 찾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가방을 고르는 거였다. 처음에는 집에 굴러다니는 에코백을 들고 다녔는데, 며칠 안 가서 금방 후회했다. 일단 젖은 수건이랑 텀블러, 운동화까지 넣으려니 에코백은 너무 흐물거리고 금방 때가 탔다. 헬스장 샤워실에서 쓰려고 목욕 가방을 따로 챙기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가방 하나에 다 때려 넣고 싶은데, 막상 그런 가방을 찾으려니 애매했다. 다들 등산용 배낭을 메거나 엄청 큰 스포츠 브랜드 가방을 들고 다니던데, 나는 너무 본격적인 운동 선수처럼 보이는 건 좀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예쁜 가죽 가방을 들고 가기엔 땀 냄새가 밸 것 같아서 매일 고민만 반복했다.
고야드 스타일 가방이랑 양가죽 백 사이에서
결국 쇼핑몰을 한참 뒤졌다. 주변에서 고야드 스타일 가방이 가볍고 막 쓰기 좋다고 해서 봤는데, 너무 가짜 티가 나는 건 또 싫어서 포기했다. 아니면 차라리 소가죽 크로스백이나 양가죽 백을 사서 평소에도 메고 다닐까 싶었는데, 운동화가 안 들어가는 사이즈가 문제였다. 여성 미니 크로스백은 정말 딱 지갑이랑 휴대폰만 들어가게 생겨서 운동할 때 쓰기엔 너무 작고, 그렇다고 빅백을 사자니 평소에 메고 다니기엔 너무 투박해 보일 것 같았다. 가방 하나 고르는 게 이렇게 머리 아픈 일이었나 싶다. 남성용 가방들은 보통 너무 실용성에만 치중해서 디자인이 내 취향이 아니고, 여자 가방들은 너무 작게만 나와서 중간 지점을 찾기가 참 어렵다.
대충 샀던 슬링백의 결과
결국 예전에 쓰던 저렴한 슬링백을 꺼내 들었다. 한 3만 원 정도 줬던 것 같은데, 이걸 메고 다니니 영락없는 아저씨 가방처럼 보이더라. 기사에서 보던 것처럼 몸 앞으로 툭 튀어나오게 메니까 거울 볼 때마다 조금 민망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일단 물건들은 다 들어가고 편하니까 그냥 참고 쓴다. 예전에는 20대 때 쓰던 가방들이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그냥 예쁜 거 아무거나 사서 들고 다녔는데, 이제는 가죽 이염 걱정도 해야 하고, 밝은색 가방은 어두운 옷이랑 마찰 생길까 봐 조심해야 하고. 가방 관리하는 게 사실 옷 사는 것보다 더 스트레스다.
매장 구경과 현실의 괴리
지난주에 한남동 쪽 나갔다가 편집숍들을 몇 군데 들렀는데, 거기는 정말 눈이 돌아갈 만큼 예쁜 가방이 많았다. 가죽 질감도 다르고 가격대도 꽤 높았는데, 그런 가방을 들고 운동복을 챙겨 다니는 건 도저히 상상이 안 갔다. 나중에 정말 좋은 가방을 하나 장만하게 된다면 아마 그건 운동용이 아니라 그냥 아껴두는 가방이 되겠지. 지금 고민 중인 건 차라리 가볍게 멜 수 있는 나일론 소재의 보조 가방을 하나 더 살까 하는 거다. 근데 막상 사놓고 한 달 뒤에 방구석에 처박아둘까 봐 결제를 망설이고 있다.
아직도 못 정한 가방 문제
오늘도 그냥 원래 쓰던 낡은 가방에 운동화 쑤셔 넣고 나왔다. 집에 돌아오면 가죽 가방에 이염이라도 됐나 한번 살펴봐야겠다. 사실 쇼핑몰 검색하다 보면 남자 운동 가방도 가끔 뜨는데, 왜 그렇게 투박하게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디자인은 없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헬스장 락커 앞에서 가방 안을 뒤적거리다가 한숨 한번 쉬고 운동을 시작했다. 다음에는 진짜 좀 괜찮은 걸로 하나 사야지 생각만 매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