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쇼핑의 시작과 마리오아울렛
지난주에 갑자기 날이 확 추워지면서 도저히 작년에 입던 옷들로는 버티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할 때마다 입을 바지가 마땅치 않아서 그냥 무작정 마리오아울렛으로 향했다. 사실 주말에 가려다가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평일 저녁에 갔는데, 역시나 평일 저녁의 아울렛은 한산하고 좋더라. 1관 1층 근처를 기웃거리다가 예전부터 무난하게 입었던 브랜드인 앤클라인 매장 쪽으로 발길이 닿았다. 앤클라인은 뭔가 화려하진 않아도 출근룩으로 입기에 적당히 타협 가능한 느낌이라서 고민 없이 들어갔던 것 같다.
매장에서 겪은 소소한 당혹감
막상 매장에 들어가서 바지를 살펴보는데, 생각보다 사이즈가 많이 빠져 있었다. 분명 홈페이지나 광고에서는 겨울 맞이 행사로 니트랑 바지를 묶어서 세일한다는 소식을 봤던 것 같은데, 막상 눈앞에 있는 바지들은 내가 찾는 핏이 아니거나 사이즈가 애매했다. 어떤 건 허리가 너무 끼고, 어떤 건 통이 생각보다 너무 넓어서 벙벙해 보였다. 직원분이 친절하게 몇 가지 추천해주셨는데, 사실 나는 그냥 혼자 조용히 입어보고 결정하고 싶었거든. 옷을 여러 벌 들고 피팅룸으로 들어갔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 번거로운 일이었다. 앤클라인 바지가 대략 8만 원에서 12만 원 사이였던 것 같은데, 이 가격이면 솔직히 인터넷에서 더 싼 걸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또 인터넷은 실패할 확률이 높으니까 직접 입어보는 게 낫겠지 싶어서 참았다.
핏과 소재에 대한 의구심
피팅룸 안에서 거울을 보며 계속 고민했다. 분명 매장 조명 아래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데, 이게 과연 집에 가서 일상복으로 입었을 때도 만족스러울까? 겨울용이라 그런지 소재가 도톰해서 따뜻하긴 한데, 무릎 부분이 금방 늘어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예전에 샀던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브랜드 바지는 한 시즌 입고 나니 무릎이 툭 튀어나와서 결국 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앤클라인 바지는 그나마 마감이 좀 낫긴 한데, 그래도 이 가격을 주고 살 만큼 내 체형에 딱 맞는 핏인가 싶으면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한 20분 정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했더니 진이 다 빠지더라.
결국 사고 말았지만 남는 찝찝함
결국 고민 끝에 제일 무난해 보이는 검은색 슬랙스 스타일을 하나 골랐다. 사실 엄청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기에는 시간 쓴 게 너무 아까워서 그랬던 것 같다.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옆 매장에 걸린 더 저렴한 다른 브랜드의 바지를 봤는데, 왠지 내가 산 것보다 핏이 더 예뻐 보여서 잠깐 후회했다. 쇼핑이라는 게 참 그렇다. 그냥 편하게 입을 바지 하나 사는 건데 왜 이렇게 머리가 복잡한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다시 입어보니 매장에서 봤던 느낌이랑 또 달라서 약간 당황했다. 다리가 더 짧아 보이나 싶기도 하고. 어쨌든 샀으니 당분간은 매일 입고 다니겠지만, 다음번 쇼핑 때는 좀 더 단호하게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잘 산 건지, 아니면 그냥 귀찮아서 타협한 건지 여전히 알쏭달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