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꽂히면 끝까지 가는 성격 때문에 결국 데님 멜빵 원피스를 샀다

한 번 꽂히면 끝까지 가는 성격 때문에 결국 데님 멜빵 원피스를 샀다

결국 다시 꺼내게 된 데님 원피스

최근에 옷장을 정리하다가 잊고 지냈던 데님 멜빵 원피스를 발견했다. 한 2년 전인가, 어디서 샀는지도 기억 안 나는 5만 원 후반대의 제품인데 사실 처음 샀을 때도 몇 번 입다가 어깨끈이 자꾸 흘러내려서 구석에 처박아뒀던 거다. 요새는 이런 스타일이 다시 눈에 들어오는지 괜히 한번 입어보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샀는데, 막상 입어보니 예전엔 미처 몰랐던 단점들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진다. 특히 화장실 갈 때마다 끈을 조절하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새삼스럽게 깨닫는 중이다.

어깨끈 조절이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지

이 멜빵 원피스의 최대 문제점은 어깨끈이다. 살짝이라도 움직이면 끈이 스르르 내려와서 쇄골 라인을 지나 팔뚝 쪽으로 도망간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다가도 끈을 올리고, 지하철 타려고 뛰다가도 끈을 올린다. 거의 하루 종일 어깨끈이랑 씨름하는 기분이다. 친구들은 요즘 나오는 프라다 원단 원피스나 링클프리 원피스처럼 편한 거 입으라고 하는데, 나는 꼭 이런 빳빳한 데님 소재의 고집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이게 아마 예전에 강소라였나, 누군가 입었던 카우걸 느낌의 사진을 보고 꽂혀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막상 현실의 나는 카우걸은커녕 그냥 하루 종일 끈 사수하는 사람일 뿐이다.

셔츠랑 껴입으면 핏이 애매하게 안 산다

안에 뭘 입어야 할지 정하는 것도 일이다. 화이트 셔츠를 받쳐 입으면 너무 교복 느낌이 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얇은 볼레로 가디건을 걸치자니 데님의 투박한 질감이랑 전혀 안 어울린다. 가끔은 노르딕 니트 같은 걸 입고 그 위에 겹쳐 입어볼까 싶어서 시도해 봤는데, 거울을 보니 몸집이 두 배는 커 보였다. 데님은 소재 특유의 묵직함 때문에 안에 입는 옷의 두께감을 계산하지 않으면 핏이 정말 엉망이 된다. 얇은 면 티셔츠가 제일 무난하긴 한데, 그렇게 입으면 너무 후줄근해 보여서 고민이 깊어지는 거다.

앞트임 디테일이 주는 은근한 불편함

내가 가진 건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기장에 앞트임이 들어간 디자인이다. 처음에는 이 앞트임 때문에 걸을 때 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보다 보폭을 조금만 크게 하면 트임 사이로 다리가 너무 많이 보여서 오히려 신경 쓰인다. 계단 오를 때마다 뒤에서 누가 보는 건 아닌지 괜히 힐끔거리고. 예전에 샀던 8만 원대 리넨 원피스는 이렇게까지 신경 쓰이진 않았는데, 이건 소재가 빳빳하다 보니 트임의 각도가 고정되어 있어서 더 그렇다. 사소한 건데 왜 이렇게 거슬리는지 모르겠다.

사실 아직도 어떻게 입어야 예쁠지 모르겠다

결국 어제는 그냥 포기하고 안에 입었던 흰 티셔츠만 바꿔 입고 나갔다. 그런데도 여전히 뭔가 어색하다. 남자 코트를 툭 걸쳐보기도 하고 별 짓을 다 해보는데, 이게 나한테 잘 어울리는 건지 아니면 그냥 옛날 유행을 억지로 끄집어낸 건지 도통 감이 안 잡힌다. 아마 다음 주쯤 되면 다시 옷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또 계절 바뀌면 ‘아, 그거 입으면 예쁘겠다’ 하고 꺼내겠지. 이렇게 계속 반복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이 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