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40대 되고 나서 옷에 대한 관심이 확 줄었다. 예전에는 나름 트렌드도 좀 따라가고, 여기저기 쇼핑몰 구경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냥 눈에 띄는 거, 편한 거 대충 집어 입게 되는 것 같다. 뭐, 그렇다고 옷을 안 입을 수는 없으니…
사실 얼마 전에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좀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하나 싶었는데, 뭘 입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오는 거다. 바지 몇 개 꺼내 입어봤는데, 너무 낡아 보이거나 핏이 안 사는 것 같고… 셔츠도 뭐 하나 딱 맞는 게 없고. 결국 그날은 그냥 제일 무난해 보이는 걸로 얼렁뚱땅 넘어갔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동네에서 우연히 어떤 가게 앞에 걸려 있는 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얼핏 봤을 때는 별거 아닌 것 같았는데, 뭔가 좀 묵직해 보이는 느낌? ‘어, 저거 괜찮겠다’ 싶어서 들어가 봤다. 40대 남자 옷이라고 딱 써 붙여 놓은 곳이더라. 뭐, 요즘은 어디든 그런 가게가 많으니까.
가게에 들어가서 그 바지를 직접 봤다. 이름이 뭐였더라… ‘퍼펙트 핏 슬랙스’ 이런 느낌의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재질이 좀 두툼한 게, 겨울에도 입어도 될 것 같고 여름에는 좀 더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사계절 내내 비슷한 옷만 입는 편이라… 이거 하나 사두면 나중에 편하겠다 싶어서 바로 질렀다. 가격은 아마 7만 원대였던 것 같다. 뭐, 너무 비싸지도 않고, 그렇다고 엄청 싸지도 않은 애매한 가격.
집에 와서 바로 입어봤다.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핏이 너무 달라붙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펑퍼짐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느낌. 허리도 조이지 않고 편안했고, 전체적으로 깔끔해 보이는 실감이었다. 사실 원래는 이런 종류의 바지를 잘 안 입는다. 그냥 청바지나 면바지를 더 선호하는데… 나이가 드니 이런 스타일이 더 잘 어울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전에 즐겨 입던 브랜드 중 하나가 ‘지오다노’였는데, 거기서도 이런 비슷한 스타일의 바지를 몇 번 사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이었나. 그때도 ‘좀 더 성숙해 보이는 옷을 입어야지’ 하고 샀던 것 같은데, 그때 샀던 바지들은 지금 보면 좀 촌스러운 느낌도 없잖아 있다. 지금 산 이 바지는 그런 느낌이 덜한 것 같다. 재질 자체에서 오는 무게감이 있어서 그런가.
아직 이 바지만 입고 외출을 해본 건 아니고, 그냥 집에서 입어보기만 했다. 그래서 이걸 어디에 매치해야 할지, 이 바지에 어울리는 상의는 뭔지 아직 고민 중이다. 그냥 집에 있는 아무 티셔츠나 입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좀 더 신경 써서 셔츠를 입어야 할까 싶기도 하고. 와이프한테 물어봐야겠다. 아마 ‘그냥 입어’라고 하겠지.
결론적으로, 이 바지를 산 건 옷 고르기 귀찮은 40대에게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그냥 ‘괜찮아 보이는 거’ 하나씩 사서 돌려 입게 될 것 같다. 뭐, 옛날처럼 유행 따라 옷을 사는 건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지금은 그냥 ‘오늘 뭐 입지?’라는 질문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이게 바로 40대 남자의 멋인가…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