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시작된 쇼핑의 이유
주말에 별일도 없는데 집에만 있기가 답답해서 근처 세이브존에 다녀왔다. 딱히 뭘 사야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었는데, 요즘 출근할 때 입을 만한 무난한 옷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편하긴 하지만, 바지 기장이나 어깨 라인이 생각했던 거랑 다를 때가 많아서 이번엔 직접 입어보고 고르자는 마음이 컸다. 마침 올리비아로렌 창고 대개방인가 뭔가 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어 있어서 평소보다 조금 더 기대가 됐던 것 같다.
쌓여있는 옷들 사이에서 길을 잃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옷의 양에 먼저 기가 죽었다. 무슨 옷을 이렇게 산더미처럼 쌓아놨는지, 사이즈별로 정리는 되어 있지만 결국은 내가 일일이 다 뒤져봐야 하는 구조였다. 대충 훑어보니 니트랑 가벼운 자켓들이 꽤 많았다. 80%에서 많게는 90%까지 할인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지만, 막상 손에 잡히는 옷들은 몇 년 지난 디자인이라는 게 대번에 느껴졌다. 그래도 뭐, 출근해서 편하게 입을 용도라면 디자인이 조금 옛날 스타일인 건 크게 상관없겠다는 합리화를 시작했다.
입어보는 것마다 조금씩 부족한 느낌
올리비아로렌 자켓이랑 티셔츠를 몇 개 골라서 탈의실로 들어갔다. 가격표를 보니 원래 가격에서 정말 많이 깎여있긴 했다. 대략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면 웬만한 상의 하나는 건질 수 있는 수준이니까. 그런데 막상 입어보니 어딘가 하나씩 꼭 아쉬웠다. 소매가 너무 길거나, 어깨 라인이 요즘 나오는 핏보다 훨씬 벙벙하거나. 어떤 건 단추 부분이 살짝 헐거워져 있어서 수선을 맡겨야 할 것 같았다. 수선비까지 계산하면 이게 과연 저렴하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싶어서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고민만 하다가 빈손으로 나올 뻔한 시간
비슷한 브랜드인 크로커다일이나 다른 여성복 매장도 한 번씩 훑어봤다. 그런데 결국 올리비아로렌 코너로 다시 돌아오게 되더라.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눈에 익어서 그런지 손이 계속 그쪽으로 갔다. 1시간 넘게 매장을 돌아다녔는데, 처음의 활기찬 기운은 사라지고 다리만 아프고 배가 고파졌다. 결국 셔츠 한 장이랑 가디건 하나를 골랐는데, 이게 정말 마음에 들어서 산 건지 아니면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가기가 억울해서 산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한 30분 정도 더 입어보고 고민하다가 그냥 결제하고 나왔다.
집에 와서 다시 입어본 결과
집에 와서 거울 앞에 다시 서보니 매장에서 봤을 때랑 또 느낌이 다르다. 매장 조명이 꽤 화려해서 괜찮아 보였던 건지, 아니면 집 분위기가 달라서 그런 건지 옷의 질감이 생각보다 조금 빳빳한 느낌이 들었다. 가격 생각하면 이 정도 퀄리티가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출근할 때 고민 없이 걸치기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나중에 또 이월 상품 사러 가겠냐고 묻는다면 조금 망설여질 것 같다. 시간 낭비인 것 같기도 하고, 또 의외의 득템을 기대하게 되는 묘한 심리가 있기도 하고. 일단은 내일 바로 입고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