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장 구석에서 발견한 옛날 옷들의 상태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져서 주말에 큰맘 먹고 옷장을 뒤집었다. 사실 봄 옷을 새로 사기 전에 버릴 건 좀 버려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작년에 샀던 올리비아로렌 가디건은 생각보다 손이 안 가서 왜 샀나 싶고, 3년 전인가 백화점 세일할 때 집어온 띠어리 블라우스는 아직 택도 안 뗀 상태로 구석에 처박혀 있더라. 그때는 이게 그렇게 예뻐 보였는데, 막상 다시 꺼내 입어보니 거울 속 모습이 왜 이렇게 낯선지 모르겠다. 50대 정장 스타일로 입으려고 샀던 건데, 요즘은 그런 딱딱한 느낌보다는 조금 더 편한 게 좋아서 그런지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십만 원 중반대로 줬던 것 같은데,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일단 다시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기웃거리게 되는 이유
그러고 나니 또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습관적으로 폰을 켰다. 요즘 40대 여성의류 쇼핑몰 순위 같은 걸 검색해보면 이버밍고나 이름 모를 개인몰들이 참 많이 나오는데, 다들 모델 컷은 왜 이렇게 화사한지 모르겠다. 한지민 옷 스타일이라고 해서 들어가 보면, 막상 내가 입으면 그 느낌이 안 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장바구니에 담게 된다. 사실 재작년에 무신사 스탠다드 남양주 매장 오픈했을 때 구경 갔다가 기본 티셔츠 몇 장 사온 게 제일 잘 입어지는데, 온라인에서 눈으로만 보는 옷들은 왜 그렇게 실패 확률이 높은지 모르겠다. 화면으로는 분명 고급스러워 보였는데 택배를 뜯어보면 원단이 영 엉성할 때의 그 허탈함은 정말 익숙하면서도 적응이 안 된다.
재고 처리 업체들의 존재를 알고 나서
얼마 전에 기사에서 더미더미 같은 재고 처리 업체 이야기가 나오는 걸 봤다. 쇼핑몰들에서 팔고 남은 옷들이 다 그런 데로 간다는 게 좀 씁쓸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옷들이 사실은 엄청난 양의 유통 과정을 거치고, 누군가에게는 재고가 되어 덤핑 처리된다고 생각하니까 괜히 쇼핑 욕구가 살짝 식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내 옷장에서 잠자고 있는 옷들을 어디에 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중고 플랫폼에 올리자니 사진 찍고 연락 주고받는 게 너무 번거롭고, 그냥 기부하자니 아까운 마음이 들고. 참 사소한 건데 이런 걸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이 가끔은 좀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40대가 되니 쇼핑 기준이 바뀌는 것 같다
예전에는 예쁜 게 무조건 우선이었는데 이제는 옷을 고를 때 소재부터 확인하게 된다. 40대나 50대쯤 되면 아무리 디자인이 좋아도 원단이 얇거나 금방 늘어날 것 같으면 손이 안 간다. 공구우먼 같은 곳이 사모펀드에 인수됐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런 대형 쇼핑몰들은 이제 운영 방식이 아예 기업화되어 돌아가는구나 싶었다. 개인몰도 좋지만 확실히 규모가 있는 곳들은 시스템이 체계적이긴 하다. 하지만 가끔은 작은 매장에서 주인장이 직접 골라온 옷들이 더 정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그런 곳들은 교환이나 반품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서 선뜻 결제하기가 어렵긴 하지만 말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쇼핑의 고민
봄맞이 쇼핑을 하겠다고 검색창을 몇 시간 동안 들락날락거렸는데, 결국 장바구니에 담아둔 건 기본 면 티셔츠 몇 장뿐이다. 옷장을 정리하면서 느낀 건데, 결국 자주 입게 되는 건 비싼 브랜드 블라우스가 아니라 편한 기본 아이템들이더라. 띠어리 블라우스는 그냥 다음번에 입을 일이 생기겠지 싶어서 다시 옷장 깊숙이 밀어 넣었다. 어차피 입지도 않을 걸 왜 이렇게 못 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봄 옷 쇼핑은 대충 이쯤에서 끝내고, 이번 주말엔 그냥 근처 아울렛이라도 한 번 다녀와야겠다. 눈으로 직접 보고 입어보고 사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는 사실을 매번 시행착오 끝에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