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을 옷이 마땅치 않아서 급하게 나갔던 날

갑자기 가을 옷이 마땅치 않아서 급하게 나갔던 날

일단 옷장 앞에 서면 한숨부터 나오는 기분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까 문득 입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이맘때는 대체 뭘 입고 다녔나 싶어서 옷장을 뒤집어엎었는데, 유행 지난 핏의 샤틴 가디건이랑 작년에 사놓고 택도 안 뗀 남성 캐주얼 자켓 같은 것들만 한가득이다. 요즘 유행하는 옷들이 뭔지 검색해보기도 했는데, 사실 인스타그램 피드에 뜨는 스타일들이 다 비슷비슷해서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다. 그냥 무난하게 입을 만한 거 하나 사야겠다 싶어서 무신사 스탠다드 남양주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주말에 차를 몰고 나갔다. 아울렛에 입점해 있다고 해서 그냥 쇼핑 겸 바람 쐬러 가기 좋겠다 싶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느꼈던 미묘한 거리감

매장에 도착하니 확실히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요즘은 웬만한 건 다 인터넷으로 시키니까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가는 일이 드문데, 오랜만에 옷감을 만져보고 대보니까 느낌이 다르긴 했다. 유니클로처럼 기본 아이템 위주로 보는 편인데, 예전엔 프란체스코 리소 콜라보 같은 것들에 눈이 돌아가서 이것저것 집어 들곤 했다. 그런데 막상 매장에 서 있으니 왠지 모르게 좀 피곤해졌다. 내가 찾던 소재의 여성 상의는 품절인지 보이지 않고, 어정쩡한 사이즈의 옷들만 남아서 헹거가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남양주점은 공간이 꽤 넓게 빠져서 구경하기는 편했지만, 결국 내가 찾던 그 느낌의 옷은 없었다. 그냥 대충 집에 있는 청바지에 맞출 만한 얇은 니트 하나 들고 결제 줄에 섰다.

결제까지의 과정이 생각보다 길더라

주말이라 그런지 결제 줄이 너무 길었다. 요즘 백화점 매출이 엄청나다던데, 경기가 안 좋다는 말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쇼핑을 정말 많이 하는 것 같다.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옆에 놓인 명품 스카프 코너를 쓱 훑어봤다. 가격대를 보니 보통 20만 원에서 40만 원대 사이가 많았다. 목에 가볍게 두르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긴 한데, 이걸 사서 얼마나 자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고민만 하다가 내려놨다. 어차피 사고 나면 관리하기도 귀찮고, 작년에 샀던 이름 없는 스카프들도 서랍 깊숙이 박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괜히 짐만 늘리지 말자 싶어서 참았다.

결국은 취향보다는 실용성인가 싶다가도

옷을 사러 나간 목적은 ‘요즘 스타일’을 따라가고 싶었던 건데, 결과물은 매번 비슷하다. 집에 와서 산 옷을 대충 걸어두고 나니 또 드는 생각은 ‘이게 최선이었나’ 하는 의문이다. 사실 요즘 여성 여름 골프 조끼나 가죽 자켓 같은 것들도 인기가 많아서 구경은 했지만, 입을 곳도 딱히 없으면서 일단 예쁘니까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문제다. 온라인 쇼핑몰을 봐도 페미닌한 스타일은 나랑 안 어울릴 것 같고, 결국은 또 무난한 선택을 하게 된다. 질염이나 피부 건강 생각하면 통기성 좋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데, 예쁜 옷들은 대부분 불편한 소재가 많아서 그것도 고민이다.

옷을 사고 나서 남는 묘한 허탈함

쇼핑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옷장에 옷을 정리하는데, 새로 산 옷이 기존 옷들과 섞이면서 또 비슷한 느낌의 옷만 늘어난 기분이다. 뭔가 새로운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나갔던 건데, 막상 손에 들린 건 작년에도 샀을 법한 그런 옷이다. 다음엔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막상 매장에 가서 눈앞에 놓인 수많은 옷들을 보면 다시 가장 안전한 선택지를 고르게 된다. 이게 참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다. 돈은 썼는데 옷장에 옷은 그대로인 것 같고,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그런 주말이었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옷이 눈에 들어오려나, 아니면 그냥 지금 있는 옷들을 잘 챙겨 입는 게 나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